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오프라인 행사 자제를 권고,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당초 예정보다 3개월 늦춘 7월29일 이후로 연기했다. 이때는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시점이다.
━
분양보증 독점 논란 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조합이 정한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550만원. 하지만 HUG는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분양보증 승인을 불허했다. 경기 광명15구역 재개발조합도 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지연돼 분양시기가 지난해 말에서 3개월째 미뤄졌다.
국내에서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하려면 반드시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선분양은 아파트를 완공하기 전 시행사가 분양대금을 받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인 만큼 사업 파산 시 분양자를 보호해야 한다. 아파트 건설이 중간에 취소돼도 보증기관이 분양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불해준다.
분양보증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HUG나 현행 ‘보험업법’상 국토부 장관이 지정한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국토부 장관이 분양보증 보험사를 지정한 사례는 한번도 없다. HUG가 분양보증업무를 독점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는 HUG의 독점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HUG가 보증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 보증 권한을 이용해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증 전 분양가를 심사하는데 고분양가 산정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진 데다 지난해엔 명확한 근거 없이 ‘고무줄 기준’을 적용한다는 논란도 낳았다. 사업자 입장에선 HUG가 보증을 거절하면 분양가를 낮추고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갑질'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일정을 미루다가 후분양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금융비용은 다시 분양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보니 결국 분양자들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보증 발급이 지연돼 발생하는 금융비용은 한달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한다.
이런 분양보증 독점으로 인한 경쟁제한의 문제는 2005년부터 제기됐다. 정부는 2008년 ‘3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해 분양보증 독점권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계기로 2010년, 2015년, 2020년으로 세차례 미뤄졌다. 올해가 재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이다.
HUG는 분양보증업무의 공공성도 주장했다. 서석민 HUG 언론홍보팀장은 “부동산경기가 나쁠 때는 주택공급이 줄어들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HUG는 분양보증 업무뿐 아니라 사회적주택 공급 등에 예산을 쓴다”며 “민간의 경우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고 사회안전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단순히 시장경쟁적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이런 HUG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장을 내놓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 펴낸 ‘2015회계연도 국토교통위 결산 분석’에서 “분양보증을 제외한 건설보증은 다수의 보증기관이 경쟁하며 안정적으로 유지돼 출혈경쟁에 따른 동반부실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산하기관인 HUG의 분양보증업무를 유지하기 위해 개방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민간개방을 가로막기 때문에 공정위와 정치권의 노력에도 계속해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보이는 상황"이라며 "현정부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만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