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으로 각국 증시는 물론 부동산까지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 붕괴과 함께 잇단 사이드카 발동으로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집값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눈 깜짝할 새 수억원씩 떨어졌다. 주식·채권과 펀드로 이뤄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변액보험도 수익률에 경고등이 들어왔다.<편집자주>
━
[Cover Story]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본-부동산 이슈①━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 서울 ‘강남 아파트값’을 살펴보자.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부동산114가 2017년 1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3년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24만1621건을 조사한 결과 강남(53.3%) 서초(43.6%) 송파(45.9%) 등 소위 강남3구 아파트값은 40~50%씩 뛰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평균은 8억2376만원. 2017년 상반기(5억8524만원)보다 40.8% 올랐다.
문재인정부 2년 반 동안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에도 꿈쩍 않던 강남 아파트값였지만 최근 2~3개월 새 수억원씩 내렸다. 적게는 1억~2억원에서 5억원 안팎까지 떨어진 아파트도 있다. 집을 안 팔고 버티는 사람에겐 ‘이 또한 지나가는’ 소나기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 세금 부담이 늘어나 집을 팔고 싶어도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다주택자와 수익형부동산 보유자다.
━
몇달 새 수억원 폭락한 강남 아파트… 왜?━
시공능력평가 순위(2019년 기준) 상위 5개 건설업체가 서울 강남3구에 지은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 가운데 올 2월 기준 가장 비싼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 아파트 84㎡는 올 1월 4일 34억원(11층)에 거래됐고 현재 매물은 32억원(16층)에 나와 있다.
실거래가를 비교해보면 아파트값 폭락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84㎡가 3월6일 16억원(8층)에 팔렸다. 앞서 1월 20억5000만원(10층, 21층)에 이뤄진 두건의 거래에 비해 두달 새 4억5000만원이 폭락한 셈이다. 정부는 올 2월21일부터 실거래가 신고기한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단축했다. 즉 3월에 신고된 거래는 1월에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공식 발표한 시점은 12월31일. 중국 내 첫 사망자는 올 1월9일 발생했고 이후 한국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것은 1월20일이다. 이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 속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글로벌 증시는 급격하게 폭락했다.
이전에도 불황의 전조는 뚜렷하게 있었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비대면(언택트) 소비 증가, 공장가동 중단으로 자영업자와 기업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올 초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는 경제가 바닥을 지나는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을 전망한 것이지 견고한 회복은 아니었다”며 “지금은 생산시스템이 전세계로 분업화돼 교류가 끊기면 수출 중심의 소규모 개방국인 한국은 기업의 충격이 가계와 금융으로 옮겨져 금리를 인하해도 부동산값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
탈출구 막힌 수익형부동산… 보유세 제동━
1주택 직접 거주자인 경우 이번 부동산 폭락사태가 단순히 자산가치의 하락 문제에서 그칠 수 있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10~20년으로 길고 고정금리 비율이 높아 집을 팔지 않으면 손실이 현실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혼합이라도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금리상승을 기준금리 인하가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엑시트’가 불가피한 투자자다. 정부는 올 6월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면제해주기로 했다. 사실상 ‘일시적인 출구’를 마련해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집을 제값 받고 팔기도 어려울뿐더러 팔지 못하면 결국은 높은 보유세만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서 보유세의 하나인 종합부동산세율을 1주택자 최고 3.0%, 다주택자 4.0%까지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의원 발의 형식으로 제출했지만 국회 문턱에 막혀있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일부 야당의 움직임에도 올해 종부세 부과기준인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13년 만의 최고 상승률(14.8%)을 기록했다.
수익형부동산도 골칫거리다. 매매차익 대신 월세를 꼬박꼬박 받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은 한때 노후대비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았지만 아파트값을 따라 오른 수익형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수익률이 뚝 떨어진 상황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 오피스의 투자대비 수익률은 1.1%에 머물렀다. 저금리시대 대표적 수혜상품으로 떠오른 수익형부동산 수익률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상가 수익률은 중대형(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 0.9%, 소형 0.7%를 각각 기록했다.
수익형부동산 수익률이 예금금리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부동산경기 호황을 타고 매매가가 오른 반면 공급과잉, 저성장에 따른 자영업 침체로 월세 등 소득은 정체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상승기엔 매매차익이라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산가치 하락에 더해 처분 시 손실이 현실화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급매물이 나오는 현상의 배경에는 실물경제 위축으로 자산가치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