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와는 비교도 안됩니다.”
“코로나19로 비상경영체제 도입까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전세계를 공포와 패닉으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제약업체가 치료제 개발 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나온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발생 당시 제약업체들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던 터여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제약업체들의 얘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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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때 제약기업 실적은?━
2015년 5월 한국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메르스는 186명의 감염자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환자의 절대 수치가 많지 않았음에도 높은 치사율(20.1%) 탓에 국민들은 종결 선언까지 메르스 공포에 떨었다.당시 의료기관 내 감염을 우려, 병원을 기피하며 환자수가 급감했고 제약업체도 매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2, 3분기 상위 제약업체들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오히려 성장했다.
2015년 2, 3분기 녹십자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각각 14.0%, 9.9% 늘었다. 유한양행도 같은 기간 12.0%, 15.1%씩 성장했다. 한미약품(31.2%, 49.7%) 종근당(2.2%, 17.6%) 대웅제약(10.2%, 12.4%) 등도 메르스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해당 기간 동안 전년대비 매출액이 증가했다.
실적악화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빠른 병원 수습과 함께 글로벌시장 성장도 한몫했다. 녹십자는 해외수출 부문의 지속적인 실적 호조 속에 국내 전 사업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해외 매출의 경우 수두백신, 독감백신 등 백신의 국제기구 수출 물량이 확대됐다. 당시 한미약품은 매출 신장의 주요인으로 미국 일라이릴리사와 체결한 면역질환치료제의 라이선스 계약금 유입과 완제의약품 수출 호조, 도입 품목 성장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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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제약기업 타격 불가피━
이번 코로나19 여파는 반대로 제약기업의 1분기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시장조사기관은 제약업체들이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올 1분기의 경우 코로나19 탓에 역성장을 우려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약기업의 실질적인 손실 규모를 약 8000억원으로 예상했다.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이큐비아나 유비스트에서 내놓는 처방 위축 데이터는 근거가 없지 않다”며 “다만 메르스 때 글로벌시장 진출과 만성질환 치료제 성장 등이 맞물려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 기피증에 따른 환자 수도 급감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병원 환자 수가 최대 46% 가량 줄었다.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환자 감소세는 더 컸다. 종합병원급은 환자 감소율이 20%대를 보였지만 중소형 의원급은 40% 이상 급감했다.
내원환자가 줄면서 제약업체 실적에도 불똥이 튀었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에 경증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려하자 실질적인 원외처방액이 줄었기 때문. 아이큐비아 측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원외처방액은 23%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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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 제약업체별로 온도차━
다만 대형업체는 이 같은 실적 우려를 피해갈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대한 제약업체들의 1분기 평가는 간극이 크다. 반면 직접적인 피해를 우려한 일부 중소제약기업들 중엔 사태 장기화에 대비 비상경영선포 등 고강도 조치에 들어간 곳도 있다.중견급 이상 제약업체들은 1분기 우려와 달리 연평균 매출 규모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말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됐지만 영업사원의 재택근무 전환은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월 중순부터다. 주력하는 만성질환도 장기 처방이 이뤄져 심각한 매출 타격은 없을 것으로 해당 기업들은 내다봤다.
한 대형제약업체 관계자는 “영업 환경은 많이 위축됐지만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얘긴 듣지 못했다”면서도 “일단 4월에 나올 1분기 실적을 지켜봐야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영업위축으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 관련 약에 특화된 한 중견 제약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질적인 매출악화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사원들 의견도 처방량 감소 등은 체감하지 못했다는 쪽에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성질환의 경우 초기 여러 약제를 사용하면서 치료경과를 살피지만 이미 처방되고 있는 약을 이유 없이 변경하기엔 환자나 의료진에게 부담되기 때문에 치료제를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형 제약업체의 경우 코로나19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일반의약품과 항생제 등 경증에 집중하는 곳일수록 실적악화 고민에 빠졌다.
중형 제약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약국에 일반의약품 매출 등이 악화된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상경영선포 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소형 제약업체 관계자는 “아직 1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아 지켜보고 있지만 영업사원들이 병원 출입을 못하면서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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