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100조원의 실탄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에 58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공급한다. 여기에 대기업도 포함한다. 채권시장엔 42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한다. 국책은행이 이번달 만기되는 5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사들여 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100조원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이 암울하던 국내 산업에 한줄기 빛이 될까. ‘머니S’는 정부의 100조원 정책금융 계획을 살펴보고 실효성을 진단했다. <편집자주>

정부는 100조원대의 기업지원을 포함해 총 141조원의 추경을 마련했지만, 정작 경기에 가장 민감한 건설업종은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설공사현장을 둘러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앞줄 가운데). /사진=머니투데이 DB

[Cover Story-코로나 늪에 빠진 산업] ③ 건설업계, SOC 조기집행 요구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다. 주요국마다 막대한 자금을 마련해 지원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일부 부실기업이나 저소득층 가계, 영세 자영업자 등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부실기업 지원에 이어 ‘긴급 재난지원금 도입 방안’(2차 추경)을 잇따라 내놓았다. 100조원대 기업 지원을 포함, 1·2차 추경에 총 141조원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당장 채권 만기가 닥쳐도 갚지 못하게 된 부실기업 문제는 국책은행 등의 여신을 통해 해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인 건설업계는 어디에도 끼지 못했다.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와 공사중단 등으로 신규수주는 물론 공사비 수령조차 불투명한 가운데 건설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지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100조원대 기업지원을 결정하며 “기업이 어려우면 고용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국내 각종 산업을 지탱하고 경기부양의 단골손님이던 건설은 지금까지 특별대책이 없는 상황.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한 각 부처 장관 명단에도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빠졌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줄곧 참석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산업별 지원대책을 의논하는 자리에 제외된 것은 정부의 ‘부동산투기 배제’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9일 가진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리 정부는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이번 달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금액은 40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내 만기 도래하는 건설기업 회사채 잔액은 76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4월11일과 13일에 각각 1000억원, SK건설은 같은 달 14일까지 총 106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닥친다. 이테크건설과 한화건설도 각각 250억원, 1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이달 내 만기된다.


시공능력평가(2019년) 기준 국내 건설업계 3위인 대림산업(1460억원)을 비롯해 한라(630억원) 이수건설(180억원) 대우건설(150억원) 등도 상반기 중 만기도래되는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확산되던 지난 2~3월에는 삼성물산, 한화건설, 태영건설 등이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현금성자산을 통해 회사채를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해 CP를 사들이는 방법도 있다. 다만 신용등급이 A이하인 건설업체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계 각국 간 입국 제한으로 국내 주요 건설업체들의 주요 매출원인 해외건설 수주도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엔지니어링 플랜트 현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SOC 조기집행 등 추가대책 검토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해외비중은 40%를 넘는다. 코로나19가 건설업계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나라는 170여개국.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장에 꼭 필요한 핵심 인력만 배치하고 있어 이들의 입·출국이 늦어지면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건설업계가 기댈 곳은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다. 정부는 건설부양을 지양하겠다면서도 올해 SOC 예산을 지난해보다 17.6% 늘어난 23조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각종 교통대책과 지역도시재생이 추진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건설업계는 SOC 예산과 별도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형건설업체 고위관계자는 “추경에 SOC 예산을 포함해 건설업계 일자리를 늘리고 그 돈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국회 등에 올해 SOC 예산 조기집행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5조원대 추경 편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SOC 조기착공은 기재부를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확답을 받진 못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SOC 추경에 1조5000억원이 책정됐다”며 “지금은 더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통상 SOC 예산이 1조원 증가할 때 일자리는 약 2만개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 결과 전체 취업자 2739만명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는 204만명(7.5%)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 추경이 보건·의료분야와 저소득 가계를 중심으로 지원돼 기업지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다만 공공공사의 경우 코로나19로 공사가 중단돼도 건설업체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사기간과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내용의 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공공기관 등에 전달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전국적으로 8곳, 예방 차원에서 중단한 현장은 30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민간 건설현장의 경우 국토부가 최근 표준 도급계약서상 ‘전염병 등 불가항력의 사태’에 코로나19가 포함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건설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연 1.5% 안팎의 저금리 긴급대출을 실시한다. 최대한도는 5000만원이다. 장병진 건설공제조합 홍보팀장은 “대형업체보단 주로 중소건설업체의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