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6조원, 가입자 3300만명의 유료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IPTV를 앞세운 통신사가 연이은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왕좌를 차지하려 격돌 중이다. 통신사 간 경쟁이 과열되며 부작용도 속출한다. 한계에 다다른 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 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치와 이탈방지를 위한 해지방어 총력전에 나섰고 이에 소비자 차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끝은 어디일까. ‘머니S’가 유료방송 전쟁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최근 유료방송시장이 IPTV를 앞세운 통신 3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입자 유치에 한창이다. 통신사들은 수십만원에 달하는 사은품과 함께 상품권 등을 내걸며 몸집 불리기 나선 것.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사은품은 통신사에서 대리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의 일부분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이통사 판매장. /사진=뉴시고승민 기자
‘유선정책 4월.(익월변동) 신규/3년 약정/설치비 별도/4월 설치 필수. SK ▲▲▲▲▲▲☆☆☆☆☆☆(상품권10 별도) 6개월 유지, KT ●●●●☆☆☆☆(상품권7 별도) 9개월 유지, LG ★★★★★★◇◇◇◇◇(상품권7 별도) 요금납부 8회 이후 변경’
암호 같은 이 문자는 지난 13일 통신사 대리점이 유료방송 가입을 상담한 소비자에게 보낸 실제 메시지 중 일부다. 대리점은 인터넷과 IPTV를 설치할 경우 SK브로드밴드 66만원, KT 44만원, LG유플러스 65만원 상당의 현금과 7만~10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최근 유료방송시장이 IPTV를 앞세운 통신 3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입자 유치에 한창이다. 통신사들은 수십만원에 달하는 사은품과 함께 상품권 등을 내걸며 몸집 불리기 나선 것.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사은품은 통신사에서 대리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의 일부분이다. 한 통신사는 2018년 2261억원, 2019년 2549억원을 판매수수료로 지출하는 등 가입자 유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렇게 지출된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몫으로 돌아가고 통신시장의 악순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가입자에 목매는 이통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8년 유료방송시장 매출은 6조808억원으로 2014년 4조3866억원, 2016년 5조1625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가입자는 3249만544명으로 2014년 2746만6348명, 2016년 2962만2754명에서 꾸준히 늘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집계한 이 기간 가입 가구 비율은 ▲2014년 90.1% ▲2015년 90.1% ▲2016년 91.2% ▲2017년 91.0% ▲2018년 92.3% 등으로 포화상태다. 이를 두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유료방송 가입 가구 비율이 90% 선에서 정체현상을 보이면서 가입자 확보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유료방송시장이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통신사들의 가입자 뺏어오기가 극성을 부리고 이미 확보한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해지방어’도 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해지방어는 통신사업자가 가입자를 다른 통신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벌이는 악질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 중인 통신사에 해지를 요청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잔여 위약금을 모두 토해내라”며 위협하거나 “현금과 상품권 등 각종 사은품을 제공하겠다”며 회유하는 것을 가리킨다.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업계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다. 가입자 유치와 해지방어를 전담하는 ‘전문상담사’로 구성된 전담팀도 암암리에 운영한다. 실제 기자가 취재를 위해 한 통신사 대리점에서 위약금 상담을 받기 무섭게 현재 이용 중인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을 ‘전문상담사’라고 소개한 그는 해지위약금을 설명하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전문상담사’는 직접 해지신청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어떻게 해지의사를 파악하고 접근한 것일까. 경기 안양시에서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37)는 “소비자가 새로운 통신사에서 개통상담을 받을 때 해지위약금을 조회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때 해지의사를 파악할 수 있다”며 “통신사가 위약금을 조회한 고객을 대상으로 해지방어를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실을 악용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약정기간이 만료된 걸 모르고 유료방송과 인터넷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소비자도 있다. 해지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통신사는 사은품이나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해지방어 뿌리 뽑힐까
통신사의 해지방어가 소비자의 차별을 유발하고 통신시장의 요금경쟁을 저해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유발하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칼을 빼 들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6월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철회를 유도하고 동의 없이 해지제한 행위를 했다”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에 각각 2억3100만원, 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통신사의 해지 방어 문자메시지. 상담사는 65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강조하며 서비스 해지를 하지 말라고 권유했다. /사진=박흥순 기자
방통위는 오는 7월 ‘유선 결합상품 해지절차 간소화’ 서비스 도입을 구체화해 해지방어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인터넷과 유료방송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해지 신청을 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위약금으로 압박하거나 요금할인·사은품 등으로 회유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용자가 다른 사업자로 서비스를 변경할 때 기존 사업자에게 별도 해지 신청을 하지 않아도 자동 처리되는 식이다.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서비스 해지를 위해서는 기존 통신사의 전산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지연돼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해지방어가 줄어드는 대신 가입자 유치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다. 해지방어가 줄어들면 가입자유치 경쟁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제도가 통신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고 위약금 없이 해지절차를 진행하는 소비자에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