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과열지구의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살 때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가족간 양도나 증여는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준공 37년차 '삼익그린맨션2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아파트는 지난 3월11일 전용면적 66㎡(8층)가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자 일대 아파트값이 내리긴 했지만 실거래가 치고는 한달 새 25% 이상 폭락해 이목을 끌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는 가족간 거래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양도소득세율은 다주택자 10~20% 중과를 적용 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50%, 3주택자 이상 최대 62%다. 반면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5억~10억원 기준 30%여서 세금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의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살 때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가족간 양도나 증여는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일대에선 30% 안팎 내린 가격에 급매물이 나오거나 실거래신고가 속출했는데 이는 현행법상 가족간 양도일 경우 실거래가 대비 30% 낮거나 높은 거래를 허용하는 규정을 이용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30일 공인중개사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부동산 중개거래에선 공인중개사가 자금조달 계획서 작성을 대행해 당국에 실거래신고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증여일 경우엔 무상이전이라는 이유로 기재할 자금조달 내역이 없고 실거래신고 없이 증여신고만 하면 된다.
증여가 문제인 이유는 자금출처 조사의 목적인 투기근절과 불로소득 이전을 막는 데 역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보유세와 함께 거래세인 양도세를 높여 다주택자가 불필요하게 많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규제의 목적임에도 가족간 증여는 무분별하게 부동산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게다가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고 증여신고만 하면 돼 증여자가 대신 증여세를 내줘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자금 조사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셈.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을 사려면 '자금조달 계획서'를 작성해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사진제공=공인중개사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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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대신 양도 선택하는 가족간 거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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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증여 대신 가족간 양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상 자녀나 부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할 때 가족간 양도와 증여 가운데 세율이 더 낮은 쪽을 선택하는데 6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돼 양도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내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실제 부자들이 자녀에게 15억원 넘는 아파트를 물려주며 증여 대신 양도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증여는 가장 최근의 유사한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하는 반면 가족간 양도인 경우 현행법상 20~30% 할인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간 양도는 집값의 최소 5000만원을 기본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송금내역이 있어야 한다. 이때 송금한 돈이 다시 돌아와도 불법이 된다. 소득신고 내역도 필요하다. 가족간 양도 시엔 최대 2억원까지 연 4.6%의 이자가 지급돼야 대여로 인정된다. 그 이상은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가족간 양도 시 실거래가 대비 30% 이내의 가격으로 신고할 수 있다는 점.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을 부모나 자녀에게 양도하면 신고액을 7억원까지 낮출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이 지난해 말 23억5000만원(7층)에서 올 2월 20억5000만원(3층)으로 13%가량 떨어졌다. 현재 같은 면적 시세(호가)는 최저 18억8000만원으로 더 낮아졌다.
가족간 다운거래가 증가해 집값이 떨어질 경우 1주택 실수요자들이 자산가치 하락의 피해를 볼 수 있다. 부동산세금을 줄이는 방편으로 가족간 거래가 의심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당국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특수관계인간 거래일 땐 30%까지 업·다운계약을 인정한다"며 "다만 최근엔 개인이 법인을 설립, 부동산을 가족에게 넘겨주는 사례가 급증해 법인의 아파트 양도차익도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