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기자호견을 열고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조수정 뉴시스 기자 비대면? 원격?… 정부와 의료계 간 불협화음 의료 혜택 VS 오진시 책임불명… 논란 점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현장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기술을 활용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비대면 의료’ 정책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민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을 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정부가 강원도 오지에 사는 당뇨병·고혈압 재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2년간 원격의료 실증사업을 실시키로 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대면 의료사업을 두고 ‘비대면’이나 ‘원격’ 등의 혼재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의사소통에 차질을 빚고 분쟁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대면 의료와 원격 의료. 무엇이 다를까. 골자는 같다. 두 개념 모두 의료진과 환자가 대면하지 않고 ICT기술을 활용해 컴퓨터·스마트폰 등으로 환자의 정보를 전달, 의료서비스가 진행된다. 환자가 보건소 등을 방문해 혈당과 혈압을 측정, 의료기관에 전송하던 이전 시범사업과는 다르다.
사실 원격의료는 의료계와 정부 간 케케묵은 논쟁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부터 언급된 개념으로 앞서 일부 지역에서 사업이 진행됐으나 당시 의료영리화라는 이유로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자 무산됐었다. 그렇다면 왜 원격의료가 비대면 의료로 이름을 바꿔 문재인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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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비대면 용어 범람에 ‘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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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관련 자료./사진=김민준 머니S 기자 현 정부의 비대면 의료 추진은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그동안 원격의료를 반대해오다 다시 추진하려고 하니 입장이 부담스러워 용어를 변경했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 5월 대선공약에서 원격의료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이번 사태로 기존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이끄는 비대면 의료사업의 총대를 맨 곳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강원도다. 강원도는 지난해 7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현행 의료법의 예외를 인정받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뇨병, 고혈압 환자들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고 식단 조절과 운동 등 관리가 필수적인데, 의료진은 환자 상태를 확인할 때를 빼면 평소 생활수칙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비대면 의료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면 이런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실증사업은 자발적인 참가 의사를 밝힌 강원도 소재 동네의원 8곳에서만 진행된다. 동네의원 2곳에서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먼저 비대면 의료를 진행하고 나머지 6곳의 동네의원은 준비 중이다.
관련업계는 실증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의료에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증사업으로 비대면 의료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면 비대면 의료 도입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유비케어, 인성정보 등 비대면 의료 관련 주가도 70% 이상 상승하며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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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오진 시 치료기회 놓쳐… 책임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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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포인트는 정부가 의료계와 타협할 수 있을지다.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대한약사회 등 관련업계가 잇달아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부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의료진이 발 벗고 방역활동에 적극 나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라는 점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비대면 의료에 대해 의협은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처방 전면 중단을 회원들에게 권고하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비대면 의료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이다. 비대면 의료는 모니터링 수준에 불과해서 자칫 초기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기회를 놓치면 환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환자 진단에 한계가 있는 반면 대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환자 정보는 다양하다”며 “국민안전을 담보로 산업을 키우면 안된다. 명의가 비교적 많은 대학병원에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결국 일차의료기관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학병원 등 삼차의료기관 대부분은 비대면 의료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대학병원 교수는 “이번 기회에 전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ICT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면 한다”며 “물론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단점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현재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허용하되 점진적으로 정책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대면 의료 정책에 의료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의료를 통한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구체적으로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제한적인 범위 내에 비대면 의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