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금융권의 풍토를 바꾸고 있다. 대면업무가 기본이던 은행, 보험, 증권업계에서 비대면(언택트) 거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모바일대출이, 보험업계에서는 온라인 상품을 찾는 고객이 급증했다. 증권업계도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시대’가 코로나19로 인해 미리 다가온 분위기다. 언택트화하고 있는 국내 금융업계, 코로나19 종식 후 어떻게 달라질까.
코로나19에 비대면(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금융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핀테크 기술에 소비자들은 이제 은행에 가지 않아도 간단한 계좌이체부터 대출, 송금, 자산관리까지 할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에 은행권의 디지털뱅킹 진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생활 속 거리두기’ 등으로 대면 활동이 제약되면서 소비자들이 모바일로 금융거래를 하는 비대면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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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익기 전에… 모바일대출 3조원 돌파━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진 올해 1~2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건수는 2억4496만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억2971만건)보다 1525만건(6.2%) 늘었다. 2월18일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대구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4대 은행의 인터넷·모바일뱅킹은 2774만8780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2545만9323건)보다 228만9457건(8.9%) 늘었다.반면 코로파19 여파에 은행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은행의 점포수는 상반기 73개나 감소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농협은행 등 6대 은행의 영업점포(지점·출장소 등)는 2019년 말 대비 73개(1.4%) 줄어든 5223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감소폭인 15개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영업점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점포를 34개(3.2%)를 줄여 1017개가 됐고 하나은행도 24개(3.3%)를 줄여 700개로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12개(1.4%)를 줄여 862개가 됐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2개와 1개씩 영업점 수를 줄였다.
코로나19가 바꾼 금융생활은 비대면 대출거래에서 두드러진 증가세로 나타났다. 경제적 타격을 입은 고객들은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모바일대출을 이용했다. 3월 이후 현재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새롭게 나간 개인 신용대출은 3조원을 넘어선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5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총 96조2227억원으로 2월 말 92조8722억원보다 3조3505억원(3.6%) 늘었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은 29조4348억원에서 30조5383억원으로 1조1035억원(3.7%) 늘면서 30조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27조3864억원에서 28조4634억원, 우리은행은 19조378억원에서 19조7426억원으로 각각 1조770억원(3.9%), 7048억원(3.7%)씩 늘었다. 하나은행은 17조132억원에서 17조4784억원으로 4652억원(2.7%) 증가했다.
통상 모바일 대출은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재직 여부와 추정 소득을 자동으로 확인하고 한도와 금리를 산출한다. 평일 영업시간에 각종 서류를 구비해 지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시중은행이 모바일 대출한도를 2억원 수준으로 높여 대출가능금액도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3분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나 ‘컵라면 대출’로 불리는 하나은행의 신용대출은 최대한도가 2억2000만원이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S, 우리은행의 주거래 직장인대출은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KB국민은행의 KB Star신용대출과 NH농협은행의 올원직장인대출도 최저 연 2%에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어 인기다.
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대출은 로그인하지 않아도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과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대출 조회가 가능해 접근성을 낮췄다”며 “코로나19 이후로 모바일대출 서비스가 진화해 발품보다 손품을 파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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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래 대출 1억원… 보안 ‘적신호’━
문제는 소비자의 모바일금융 거래가 늘면서 허점을 노린 신종사기가 급증하는 점이다. 최근 회원 1700만명을 보유한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토스에서 부정 결제사건이 발생해 비대면금융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따르면 6월3일 토스의 온라인 가맹점 세 곳에서 고객이 모르는 사이 결제가 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8명, 피해 금액은 938만원이다. 이번 사고 8건은 모두 웹 결제 방식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5자리 비밀번호와 사용자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등 정보를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토스 측은 “제삼자가 다른 사용자의 인적사항 및 비밀번호 등을 이용한 부정 결제로 파악하고 있다”며 “웹 결제 시에도 모바일 인증을 한 단계 더 거치거나 앱 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보안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토스는 해킹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지만 고객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킹이 아니라도 개인정보 몇 가지로 부정 결제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최근 위조된 신분증을 활용해 1억원 불법대출이 나간 사건도 발생했다. A씨는 최근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1억1400만원의 대출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위조범은 올해 4월 A씨의 연금보험을 담보로 한화생명에서 7400만원, 광주은행에서 신용대출로 4000만원을 받았다.
한화생명과 광주은행 측은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본인 확인, 수취계좌의 본인 명의 여부 확인,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지급했다”고 해명했으나 금융회사의 부실한 대출관리, 내부통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관계자는 “비대면금융 서비스의 허점을 노린 신종 금융사기가 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며 “금융회사의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9호(2020년 6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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