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구로예스병원에 일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방역당국이 5월 연휴부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면서 수도권·충청권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의 유행을 계속 차단하지 못하고 규모가 증가할 경우 더 큰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며 "5월 연휴로부터 촉발된 2차 유행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고온에서 장시간 생존이 어려운 바이러스 특성상 여름이 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따라서 올 가을 기온이 내려가게되면 다시 2차 유행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4월에 비해 기온이 많이 올라간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국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부천 쿠팡물류센터를 거쳐 방문판매업체로 이어지면서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대전 지역 방문판매업에서 발생한 감염이 주변 지역인 충남과 세종, 전북, 광주 등 타 시·도로 번지고 있다"며 "전국 어디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수도권 발로 확산세를 보이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환경적인 요인으로만 여름철에 확진자가 주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가 여름철에 유행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은 맞지 않았다"며 "(방역당국은) 2차 지역사회 감염이 유행하고 있고 이 같은 유행들이 반복되면서 진행이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이 나빠지는 가을·겨울에는 유행의 크기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서울 구로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2차 대규모 유행에 재택 치료... 어떤 계획?
의료계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생활치료센터·재택치료 도입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재택치료를 감안해야한다는 것은 방역당국의 예상을 넘어서는 규모만큼 신규확진자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야하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주 긴급한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준비일 뿐"이라며 "대구·경북 사태와 예상 규모를 넘어설 경우 생활치료센터 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치료는 무증상 또는 증상이 미약한 경증환자가 집에 머물면서 지자체 단위로 치료와 관리를 받는 방식이다. 즉 확진자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확진자가 머무는 장소만 생활치료센터에서 집에서 치료는 것으로 보여진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당장 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최악의 사태에 감안해서 환자분류체계 등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병원 격리병상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경증환자인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의 환자분류체계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생활치료센터는 총 4곳이다. 해외입국자 전용 센터 1개소, 경기 광주 생활치료센터 1개소, 서울과 경기 지자체 운영 생활치료센터 각 1곳 등 총 4곳이다. 따라서 방역당국도 현 치료센터만으로는 환자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 생활치료센터를 1개소를 추가할 방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번 주 중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용할 생활치료센터를 한 개소 더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병상 관리 방안과 권고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허경 기자

환자분류체계부터 우선돼야
의료계는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에 대비를 위해 환자분류체계 완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결국 병상부족사태에서 경증환자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에서부터 나온 얘기"라며 "경증환자는 진단에서 코로나19 감염자로 나오지만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으로 전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가 50세 미만 경증 환자 등의 퇴원 및 격리해제 기준을 완화하도록 정부에 권고한 것도 병상 확보와 2차 유행을 대비한 발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에서 격리 해제 요건에 따르면 현재 국내 확진자는 임상기준과 검사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격리에서 해제될 수 있다. 임상기준은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고 발열이 없을 경우, 검사기준은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실시한 PCR 검사에서 두 번의 음성이 나오는 경우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격리해제 기준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국내 관리기준은 너무 엄격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홍 교수는 "격리해제 기준완화는 매우 필요하다"며 "앞으로 병상부족이 예상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증환자가 병상이 없어 사망하게 되는 대구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 이후 경증 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을 상황을 염두해야 할 것"이라며 "언제 다시 코로나19 확산세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만발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