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학생의 지속적인 등록금 반환 요구에 학교는 지난달 30일 학생들의 요청을 승낙했다. 하지만 반환 비율을 놓고 논쟁이 거듭되고 있다. /사진=건국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비대면 강의 등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로 지난 4월부터 요구가 본격화된 1학기 대학등록금 반환이 현실화됐지만 반환 비율을 두고 또 다른 논쟁이 일고 있다. 정부는 10% 반환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반면 학생들은 최소 25% 반환을 요청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등록금 반환액을 간접지원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편성된 교육부 예산을 2718억원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대학에 간접지원하는 방식으로 추경안을 증액하기로 합의했으며 교육부는 이에 동의했다.

교육위원회 “10% 반환이 적절”… 2학기 대학재정 감안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찬대 의원은 지난 1일 교육부로부터 대학 재정실태조사 중간 보고를 받은 뒤 이를 근거로 대학이 등록금의 10%를 반환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앞서 건국대는 지난달 30일 학생 1인당 1학기 등록금을 29만~42만원씩 반환하거나 2학기 등록금에서 삭감하기로 했다. 등록금의 8.3% 수준이다. 최근 한성대와 계원예술대의 반환 금액도 20만원 수준이다.

여당은 대학마다 재정상황이 상이하고 다가오는 2학기에 대학 재정이 더 열악해질 수도 있어 반환 액수를 더 늘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학기에 외국인 유학생 등 학생 2만7132명이 휴학 등으로 적게 등록해 등록금 수입 869억원이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원격수업이 2학기에도 계속될 경우 낮은 수업 질을 우려한 학생들이 휴학이나 반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안 되는 지방대학은 지원을 해줘도 버거워할 수 있다"며 "일단 추경을 통해 2학기 미등록 대란이 나지 않는 선에서 숨통을 틔워준 뒤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대학 적립금으로 반환 가능”… 1000억원 이상 대학이 20곳
대학별 적립금을 통해 반환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1일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2019년 회계연도 사립대 교비회계 결산서를 확인한 결과 누적 적립금이 100억원 이상인 대학은 전체 4년제 사립대 153곳 중 87곳(56.9%)을 차지했다.

누적적립금이 1000억원 이상인 대학도 20곳이다. 홍익대가 7570억원으로 가장 많고 연세대 6371억원, 이화여대 6368억원, 수원대 3612억원, 고려대 3312억원 순이다.

가장 먼저 전체 재학생에게 등록금 일부를 감면하기로 결정한 건국대의 누적적립금은 847억원이다. 건국대에 이어 전교생에게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한 한성대의 누적적립금은 188억원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대학이 적립금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을 반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김효은 대교연 연구원은 "등록금 반환을 위해서는 대학이 최대한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며 "적립금에 여력이 있는 대학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립금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건축기금 등 정해진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는 "사립대학 회계 규정인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에 따라 전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반값등록금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2011년 이화여대는 건축적립금과 기타적립금을 전환해 장학적립금을 마련했다"며 "적립금도 필요한 경우 얼마든지 전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대넷, 최소 25% 반환 요구… 1학기 등록금 부당이득 주장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1일 학교법인과 국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사진=뉴스1
하지만 반환액수 10%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1일 학교법인과 국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최소 25% 반환을 요구했다. 사립대의 경우 1인당 100만원, 국립대의 경우 1인당 50만원 정도다.
전대넷은 여당의 10% 반환 안을 두고 "현재 교육부와 국회에서 논의되는 흐름이 대학생들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전대넷이 대학생 1만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등록금 반환액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한 금액의 평균값은 등록금의 59%다.

류기환 청년하다 대표는 "대학들이 재정이 부족하다고 우는 소리 하며 국회가 세금을 반환해주는 것만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은 운영할 때만 사립대고 반환할 때는 국립대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대학 재정이 어려운 이유는 대학들이 지금까지 재정 자립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전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등록금 반환 요구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무시당하고 침해받았던 대학생들의 권리를 지켜달란 요구가 함축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전대넷은 지난달 18일부터 소송인단 모집을 시작했다. 최종 소송인단으로 전국 40여개 대학 3500여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학생들은 코로나19으로 인해 대면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교수-학생 사이 소통이 어려워지고 수업이 과제로 대체되는 등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도서관 등 학교 시설 이용에도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등록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관점이다. 소송을 대리한 박현서 변호사는 실험·실습 등이 취소된 상황에서 등록금에는 실험·실습비나 기재 관리비가 포함돼 있는 것은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했다.

“자구노력 대학에 정부가 간접지원해야”
하지만 적립금을 활용한다고 해서 모든 대학이 반환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정보 제공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회계연도 기준 적립금이 50억원 미만인 사립대가 51곳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체로 적립금이 많은 곳은 서울이나 수도권이고 지방으로 갈수록 재정여건이 어렵다"며 "대학의 재정만으로 반환하면 수도권 일부 대학에 국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정부 책임론도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강의는 코로나19로 안정적 학사운영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먼저 권고했고 이에 대학이 응한 것이다. 대학에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며 "대학도 자구노력을 통해 책임을 다하고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당은 대학이 특별장학금 등을 통해 반환 자구노력을 하면 추경에 증액된 예산으로 대학을 간접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