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의 근거가 되는 각종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논란과 함께 조세정책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머니S리포트] 좀비 같은 ‘서울 집값’-③
‘실거래가.’ 정부는 2005년부터 공인중개사와 거래 당사자가 실제 계약금액과 내용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했다. 매수자는 취득세와 등록세, 매도자는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 기준이 된다.

‘중위가격.’ 아파트를 가격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위치한 가격으로 전국 아파트 가운데 일부만 표본 추출해 조사한다. 부동산 흐름을 파악하고 각종 부동산정책을 설계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부동산정책의 근거가 되는 각종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논란과 함께 조세정책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서울 아파트값이 52.0% 올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기간 상승률의 2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표)

“국가승인 통계에 따르면 현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2%”(국토교통부 해명자료)


서울 아파트값 통계를 놓고 최근 벌어진 시민단체와 정부 간 논쟁을 보면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통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양쪽 기관이 각자 유리한 해석을 위해 필요한 통계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부동산가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실거래가’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각종 통계가 투기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주간 아파트값 통계, 꼭 필요하나?
한국감정원은 전국 261개 시·군·구 약 2만7000가구(아파트 약 1만6000가구 포함)를 표본조사해 집값 통계를 내놓는다. 감정원 직원으로 구성된 조사 전문가가 실거래가와 주변 주택의 유사 거래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간가격을 뽑는다.

KB국민은행은 172개 시·군·구 3만4000여가구(아파트 3만여가구 포함)를 표본으로 정한다. 실거래가와 매매사례, 중개업소의 조사를 종합해 중간가격을 정한다.

경실련이 집값 급등의 근거로 삼은 통계는 KB국민은행의 중위가격이다. 두 기관 모두 공신력 있는 기관이지만 주택시장에서 더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건 KB 시세다. KB 시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산정의 가장 기초적인 기준이 된다.

국토부는 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활용했다. 주택가격동향은 낮은 가격대의 아파트값도 반영돼 통상적으로 중위가격보다 상승률이 낮게 나타난다.

KB국민은행과 감정원은 주간 아파트값 통계도 발표하는데 적정성 논란이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간 통계가 집값 상승시기엔 가격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어 적정하진 않다”며 “자주 거래되지 않는 부동산의 특성상 월간 수준으로 공개하는 것이 투기 방지 차원에선 더 낫다”고 말했다. 다만 임 교수는 “실거래가의 경우 정보가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연간 100만건 정도만 거래돼 가격변동이 심한 국내 주택시장에선 모니터링하는 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세금 인상 시뮬레이션. /그래픽=김민준 디자인 기자
MB·박근혜 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KB 시세를 근거로 들어 “지난 3년간 집값이 52.0% 상승했지만 저희 당이 집권한 9년(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은 26.0% 상승했다”고 비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집값이 상승·하락한 주요 원인을 실업률과 인구 증감이라고 분석한다. 금리, 물가상승률, 실물경기 요소가 집값에 미친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백인걸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과 노산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및 지역 요인에 의한 주택가격 동조화 현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한국 주택시장이 금리, 물가, 정책 요인보다 지역별 실업률과 인구 유출·유입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지나고 집값이 폭등한 2004년부터 문재인정부 이후 2018년 3분기까지 전국 집값과 금리·물가는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2004~2009년 대비 2015년 3분기~2018년 3분기엔 집값과 금리·물가 사이에 연관성이 낮아졌다.

이 기간 동안 집값에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지역별 실업률과 인구 순유출·순유입이 꼽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세계적으로 저금리정책이 지속돼 시장 내부 요인은 영향을 덜 미친 반면 각종 산업의 자동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이 부동산가격을 움직이는 경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백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인구 유출은 지역 주택수요를 감소시키고 반대 경우에도 집값 상승률을 설명하는 데 있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로 인해 부동산이 가장 영향을 받은 지역은 서울, 울산, 대전 등이다.

과세행정 위한 대수술 필요
집값 통계가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는 한편 공시가격은 불공정한 과세행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시가격 자체가 실거래가 대비 낮은 점도 이유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도 문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비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하우스푸어의 세금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80%를 유지하고 있다. 현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2년까지 100%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실거래가 10억원인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 6억5000만원을 적용할 때 1주택자가 내야 하는 재산세는 현재 약 93만원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80% 수준으로 오르면 재산세는 129만원으로 늘어난다. 실거래가와 같은 수준이 되면 재산세 177만원에 종합부동산세 25만원까지 총 202만원을 내야 한다. 지금의 2배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