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자동차·스마트폰 업계가 ‘프리미엄’에 집중한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가전업계가 ‘프리미엄’에 집중한다. 성장이 정체돼 대표적 레드오션으로 꼽혀온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만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불황에도 끄떡없는 수익모델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정형화된 형태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접목해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극대화한 점도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긴 프리미엄의 힘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 호조는 국내 양대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엿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했던 2분기에도 프리미엄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가전 부문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73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2% 증가했다.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80억원으로 다른 사업부문의 적자를 상쇄하며 회사 전체 이익(4954억원)을 사실상 홀로 이끌었다.

LG전자 초프리미엄 LG시그니처 라인업 /사진=LG전자
양사는 이 같은 가전 부문 실적이 프리미엄 가전 효과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에어컨, 건조기, QLED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한 제품 믹스 개선, 운영 효율화 등으로 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프리미엄 신가전 가운데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이 본부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가전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월등히 높다. 냉장고의 경우 삼성이 최근 출시한 슈퍼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 ‘셰프컬렉션’ 냉장고 신제품은 최고급 모델 가격이 1200만원을 넘어서고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 얼음정수기 냉장고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한국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문형 냉장고가 100만~200만원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6배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에어컨 역시 삼성전자의 ‘무풍’ 라인업 고가라인 출고가는 600만원 후반대, LG시그니처의 경우 1290만원에 달한다. 삼성이 하반기 출시예정인 가정용 마이크로LED TV는 기존 출시된 상업용 제품 가격이 146인치 기준 3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억대의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출시할 롤러블 올레드 TV도 7000만~1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외제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은 보급형에 비해 적게 팔아도 더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CE부문 영업이익률은 7.2%, LG전자의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12.2%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TV를 포함한 실적이어서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생활가전 기준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과시소비’ 아닌 ‘가치소비’

이처럼 높은 가격대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소비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내놓고 있는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의 주요 타깃층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고소득층”이라며 “이 같은 고소득층의 증가세를 감안할 때 프리미엄시장의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는 소비자가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레고처럼 조합해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고소득층에 속하는 소득 5분위(상위 20%)의 올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115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3% 늘었다. 이는 1~5분위 전체 평균 소득(535만8000원)보다 두 배 이상 많고 성장률 역시 계층 평균 소득 성장률(3.7%)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달라진 소비성향도 프리미엄 가전 인기의 요인이다. 이제는 가전제품이 소비자 개인의 개성과 만족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노경탁 연구원은 “가전도 이제는 기능만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없고 소비자 성향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최근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다. 이 냉장고는 소비자가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레고처럼 조합해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흰색이나 그레이색으로 점철됐던 기존의 냉장고를 탈피해 다양한 컬러를 도입한 점도 큰 호응을 얻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비스포크는)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 팬덤이 형성된 제품”이라며 “국내 냉장고시장이 재작년까진 역성장했는데 지난해 비스포크 출시 이후 해당 세그먼트에서 15%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는 단순히 비싼 물품으로 부를 과시하려는 소비와는 차이가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제품은 주로 집 안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어서 옷이나 신발처럼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보여줄 수 있는 과시적 소비 제품과 다르다”며 “자기만족, 자아실현의 관점에서 나만의 경험과 가치를 극대화하는 소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집안에서 여가활동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프리미엄 가전 소비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예를 들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비주얼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화면이 크고 화질이 더 좋은 대형 프리미엄 TV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라고 전망했다.

이한듬 기자 momford@mt.co.kr
'나만의 차'에 수십억 쓴다
제네시스 독립 기념관 ‘제네시스 수지’. /사진=현대자동차
사람은 희소한 물건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더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욕구는 프리미엄 제품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로는 롤스로이스가 있다. 2003년 BMW그룹에 인수된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작하는 방식) 프로그램으로 나만의 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췄다. 국산차 중에는 제네시스가 올해부터 ‘유어 제네시스’라는 프로그램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차를 만난다

누구나 한번쯤 나만의 차를 갖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제품의 가격보다 그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성향 탓이다. 이런 프리미엄 소비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준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비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는 59%다.

프리미엄 소비층을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롤스로이스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총 5152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25% 성장한 실적이다. 롤스로이스 116년 역사상 최고 성적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에선 전년대비 31% 늘어난 161대를 팔았다. 이 역시 한국 진출 후 최고 실적이다. 기본 판매가격이 4억~7억원임에도 소비자는 이 차를 원한다. 롤스로이스의 성공비결은 ‘비스포크’다. 이 브랜드는 줄곧 “비스포크는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라고 강조해 왔다. 성공한 사업가와 한 기업의 대표, 스포츠 스타 등 그 자체가 브랜드인 이들을 공략했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딜라이트샵에서 갤럭시노트20을 체험하는 시민. /사진=임한별 기자
롤스로이스는 4만4000가지의 외장 페인트를 기본으로 하지만 원하는 색상이 없을 경우 고객만을 위한 컬러 제작에 돌입한다. 다이아몬드, 금, 은 등을 갈아 페인트에 섞기도 한다. 오직 고객 한 명을 위한 차를 제작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롤스로이스 차 한 대에는 15~18개의 가죽 원단이 사용된다. 동 시간대 염색한 동일한 가죽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완벽한 색상의 조화를 위함이다.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를 통해 탄생한 최고의 작품은 2017년 선보인 ‘스웹테일’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요트와 항공기를 보유한 고객이 2013년 완전히 새로운 차를 의뢰했다. 그는 새로운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차의 뼈대, 소재까지 모두 직접 고르며 제작에 참여했다.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제작까지 4년이나 걸렸다. 차 표면은 요트의 선체처럼 경계선이 없다. 후면 범퍼는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시각적 효과를 주도록 디자인됐다. 실내는 미니멀리즘 철학을 기반으로 아름다운 소재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추정치는 최소 20억원 이상이며 100억원을 넘겼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롤스로이스모터카에 따르면 전체 판매실적에서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한 구매비중은 90% 이상에 달한다. 단순히 자수 하나를 넣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롤스로이스모터카 관계자는 “고액자산가가 주요 고객층인데 이들은 전세계 수많은 차를 경험해봤지만 완벽하게 나만을 위한 차를 찾을 수 없다는 피드백을 많이 했다”며 “자신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차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해 BMW그룹 인수 후 첫차가 출시된 2003년부터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브랜드 정책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속페달 밟은 ‘제네시스’

국산차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롤스로이스와 유사한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2015년 11월 현대차에서 독립한 뒤 올해 ‘유어 제네시스’로 자신들의 가치를 한 계단 더 끌어올렸다. 올 초 연달아 선보인 GV80, G80에 도입한 유어 제네시스는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자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개인 맞춤형 판매 방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고객은 ▲엔진 ▲구동방식 ▲인승 ▲외장 컬러 ▲휠 ▲내장 디자인 패키지 ▲옵션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GV80의 경우 10만4000가지 옵션 조합이 가능하다. 차종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기존에는 3만가지 내외의 조합이 가능했다. 다만 옵션이 패키지화돼 고객이 원하는 요소만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출시할 신차에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제네시스의 판매가격도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중형 세단 G70의 기본 가격은 3848만원부터 시작하며 가장 고가 모델인 대형세단 G90의 경우 1억5609만원에 달한다. 맞춤형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GV80는 기본 6067만원에서 풀옵션 선택 시 9213만원이다. G80의 경우 기본 5291만원에서 7642만원까지 늘어난다.
제네시스가 맞춤 제작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글로벌시장에 자리잡은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제네시스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럭셔리 자동차시장은 2015년 936만대 규모에서 2024년 127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9000만대 내외의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10%대 비중을 차지하는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제네시스 브랜드가 예전에 비해 품질이 높아졌고 해외에서도 프리미엄으로의 인식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GV80의 디젤엔진 문제가 제기됐지만 기술 수준도 기존보다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각종 마케팅 전략부터 소비자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라고 본다”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략이 적중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판매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내수 판매실적은 38만4613대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의 판매실적은 4만8886대다. 올 초 출시한 신차 GV80과 G80의 판매량만 3만9496대다. 특히 올 2분기 국내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 비중이 16.2%로 급등했다. 전년동기대비 7.9%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 IR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판매제품을 구성한 결과 이를 통한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1조500억원에 달한다.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이 영업실적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가 7월30일 제네시스의 두 번째 독립형 전용 전시관인 ‘제네시스 수지’를 개관한 것도 브랜드의 차별화를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다양한 조합으로 완성되는 제네시스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G90, GV80, G80, G70 등 40대를 전시해 다양한 내외장 색상 등의 조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품질과 함께 수반되는 특화 서비스”라며 “제네시스가 유어 제네시스 등을 선보인 것은 서비스 차별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좋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lee88@mt.co.kr

한물 갔다더니… 잘나가는 ‘프리미엄폰’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은 ‘프리미엄’이란 단어에 익숙하다. 각종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 중에서도 최신 기술과 최고급 사양을 적용한 프리미엄폰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실제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의 출고가는 ▲갤럭시S20 124만8500원 ▲갤럭시S20 플러스 135만3000원 ▲갤럭시S20 울트라 159만5000원이며 지난 5일 공개된 갤럭시노트20은 119만8000원, 갤럭시노트20 울트라는 145만2000원의 출고가가 책정됐다.

최근엔 폴더블폰이란 새로운 폼팩터(형태)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치솟았다. 갤럭시S20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 등장한 갤럭시Z 플립의 경우 LTE(롱텀에볼루션) 모델임에도 149만6000원이 책정됐으며 갤럭시폴드의 경우 초기 출고가가 239만8000원에 달했다.

스마트폰은 200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할 때부터 ‘고급제품’으로 분류됐다. 2010년대 초반 제조사들은 고급 모델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였고 최신 하드웨어 경쟁을 벌이며 고가폰 전성시대를 열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악재를 만났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종말을 맞고 실속형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위상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올 1분기 전체 스마트폰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은 22%에 그쳤지만 매출 비중은 5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9년 1분기 7200만대에서 2020년 1분기 5900만대로 1300만대(18%) 감소했다. 다만 평균판매가격(ASP)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저가 단말기 대비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선전했음을 나타냈다. 올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줄지어 시장에 등판할 전망이다.

◆하반기, 프리미엄폰 잔치 열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리미엄 단말기의 인기가 시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시장은 꾸준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호한다. 불황이란 그늘 속에서도 고가 스마트폰은 꾸준히 인기를 얻는 모습이다.

다음달 초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의 후속 갤럭시Z 폴드2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ASP는 292달러(약 34만9000원)로 2014년 2분기 297달러(약 35만5000원)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2019년 1분기 기록한 스마트폰 ASP 269달러(약 32만1600원)보다 8.5%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아이폰은 ASP 809달러(96만7000원)로 삼성전자의 약 3배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1분기 돌연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한 LG전자는 스마트폰 ASP가 전년동기대비 14.6% 줄었다. LG전자는 ASP 감소에 대해 “1분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지역을 줄인 데다 보급형 스마트폰의 판매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1000달러(약 119만6000원) 이상의 신형 프리미엄 단말기를 선보여 ASP를 끌어 올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ASP는 제조사가 판매한 스마트폰 가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ASP가 올라가면 고가 단말기가 많이 팔렸음을 의미하며 반대로 내려가면 고가 단말기가 팔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20 시리즈, 갤럭시Z 플립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영향이 뚜렷했다. ASP를 끌어올리는 프리미엄 단말기가 ASP를 감소시키는 중저가 단말기보다 높은 인기를 누린 셈이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갤럭시S20 시리즈(3종) ▲갤럭시Z 플립(1종) 등 총 4가지다. 이 기간 국내시장에서 출시한 삼성전자의 단말기가 모두 8가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도 ▲갤럭시노트20 시리즈(2종) ▲갤럭시Z 플립 5G(1종) ▲갤럭시Z 폴드2(1종) 등 4종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모두 8가지의 고가 단말기를 출시하게 된다.

애플도 올 10월을 전후해 4종의 프리미엄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LG전자도 하반기 중 새로운 형태의 고가 단말기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한물갔다”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프리미엄폰, 코로나19 영향서 가장 먼저 ‘탈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2010년대 초반 시장에서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ASP와 출하량을 증가시켰다. 이들은 2015년 이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정체되자 ASP가 높은 프리미엄 단말기를 앞세워 마진을 추구하는 전략을 펼쳤다. 최근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성능마저 상향 평준화되자 폴더블폰과 5G(5세대 이동통신) 등 이전과 다른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를 프리미엄으로 분류하면서 매출 증가를 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아예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Z’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프리미엄폰 출시 전략에 돌입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시장에 등장한 갤럭시폴드는 국내시장에서 1·2차 판매물량이 모두 10분 만에 완판됐고 미국과 중국시장에서도 출시 당일 제품이 전량 팔려나갔다.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Z 플립은 출시 두 달 만에 50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고 중국에선 출시 9분 만에 매진되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제조사와 고성능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코로나19 사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지난달 월간보고서인 마켓펄스를 통해 “프리미엄폰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 프리미엄 단말기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현모 코트라 미국실리콘밸리 시장조사과장은 “스마트폰 시장은 소비자의 신뢰와 가처분소득(소비와 저축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소득)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제조사는 수요자의 구매욕을 만족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전략으로 생존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