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차 문재인정부가 펼치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갈수록 치열하면서도 교묘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치솟은 집값을 잡기 위해 쏟아낸 각종 부동산대책이 무색할 정도로 투기는 좀비처럼 살아나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기세다. 정부는 청약·대출·세금 등 3대 규제가 부동산 투기와 연관된 전 분야를 총망라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집값이 기승을 부리는 이면에는 규제의 빈틈을 파고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 아파트 규제 일변도의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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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담합·호가 조작━
#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 6월 회사에서 지방 근무를 발령받아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놨는데 두달째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세보다 1억5000만원 낮춰 급매로 내놓자 이번엔 같은 아파트 주민과 시비가 붙었다. 매물가격을 그렇게 낮게 내놓으면 단지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항의를 받은 것. 이 주민은 심지어 단지 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급매를 내놓은 사실을 알리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인터넷으로 신혼집을 알아보던 직장인 B씨는 서울 은평구에 시세보다 싼 매물을 발견하고 공인중개업소에 연락했다.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은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으라고 권유했고 B씨는 한 시간 후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는 황당한 말을 했다. 그 집은 방금 다른 사람이 계약했으니 다른 좋은 집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B씨는 할 수 없이 공인중개사가 소개한 다른 집을 봤지만 예상금액보다 5000만원 이상 비쌌다.
“내 집값 떨어지는 꼴은 못 보겠다”는 아파트 이기주의가 집값 담합으로 이어지고 공인중개업소의 허위매물, 호가조작 행위가 부동산을 병들게 한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를 만들겠다고 한 건 부동산 참여자가 가격 교란의 주범이란 문제의식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가 비상대응반을 운영해 각종 담합과 호가조작 행위 단속을 강화했지만 A씨와 B씨 같은 사례는 여전히 만연하다. 가장 큰 문제는 단속의 실효성이 낮다는 데 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응반은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부동산감독원이 집값 불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부정적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토부 기능을 나눠 공공기관이 아닌 정부부처 형태로 운영해야 실질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직접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인 데다 감독기구의 필요성에는 당·정 모두 공감하는 만큼 설립 준비는 사실상 착수된 셈이다. 조직 형태나 규모 등 세부 사항이 결정되긴 이른 단계지만 올 하반기 부동산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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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찍어 드립니다(?)”━
# 결혼을 앞둔 직장인 C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유명 유튜버의 부동산 투자 강의를 듣는다. 모아둔 자금이 부족하고 청약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해 ‘미래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찾는 것이 유일한 내집 마련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주말마다 유튜버들이 점찍은 동네를 다니며 부동산을 공부하는 C씨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도 하루 새 수천만원 오르는 불로소득을 이길 방법이 대한민국에 있냐”며 “부동산 생존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자조했다.수년째 논란이 된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기를 부추기는 행위도 정부의 집중단속 대상에 올랐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부동산 신화’의 허울을 키우는 유튜버는 집값을 움직이는 또다른 손이다. 국토부는 올 2월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유튜버 합동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소위 ‘작전세력’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선 내사에 착수하고 형사입건 조치도 할 예정이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행위나 특정 공인중개사에 중개 의뢰를 유도·제한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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