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7일 제41대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한 달째를 맞는다.
이 장관은 취임 직후 '대담한 변화'를 만들고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남북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작은 결재'를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 냉담한 반응 속에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향후 이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작은 결재 순차적으로
이 장관은 취임 직후 인도적 분야의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과 같은 남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다 출근 열흘 만인 지난 6일 '먹는 것'에 해당하는 대북 지원을 결정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 영유아와 여성을 대상으로 영양강화식품 9000톤, 취로사업에 참가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옥수수·콩·식용유 3600톤을 지원하기로 했다. 총 1000만달러(약118억원) 규모 식량 지원사업이다.
또 이 장관은 '아픈 것'에 해당하는 작은 결재도 속속 진행했다. 국내 민간단체들이 신청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대북 물품 반출입 신청을 네 차례나 승인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관련 물품 반출입 승인은 총 6차례 이뤄졌는데, 그 중 4건이 이 장관 취임 이후 이뤄졌다. 반출입 승인이 이뤄진 물품들은 8억원 상당 진단키트, 열화상 카메라 20대, 3억원 상당 마스크, 1억8000만원 상당 방호복 등이다.
이 장관은 자신의 정치인의 경험을 살려 내·외부와 소통도 강화했다. 통일부 간부들과 '브레인스토밍'이라는 이름의 회의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내부의 의견을 청취했다. 아울러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민간단체, 종고계 단체와도 만남을 가지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지난 18일과 19일에는 각각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를 만난 이 장관은 '한미워킹그룹 2.0'을 언급하며 한미워킹그룹의 역할 재조정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진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상대국인 미국에 직접적으로 내용을 언급한 것은 북미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남북관계 추동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창의적 해법으로 제시한 '물물교환' 난관 봉착…여전히 묵묵부답 北
다만 이 장관이 취임 전부터 '창의적 해법'으로 제시한 물물교환(작은 교역)을 제시했다. 물물교환을 통해 남북경협 사업의 물꼬를 트겠다는 게 이 장관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대북 제재 기업 논란으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통일부는 남측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남북 물품 반출입 승인 여부를 검토했다. 1억 5000만원 상당의 북한 술 35종을 설탕 167톤과 맞바꾸는 게 내용이었다. 그러나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로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정보 당국의 판단에 첫 물물교환 사업 검토가 백지화됐다.
또 이달 초 한반도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에 따라 발생한 수해 피해를 계기로 이 장관은 직접 북한을 향해 재난재해 분야 협력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을 방류한 당시 이 장관은 이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재난·재해와 관련한 인도적 사안은 정치·군사적 환경과는 무관하게 협력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국경 봉쇄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히려 코로나19 비상방역체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수해 복구 관련 외부 지원은 받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북한의 무응답이 지속되면서 이 장관이 취임하기 전과 이후의 남북관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장관의 취임 전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공동사무소를 폭파하고 강경 대남 정책을 취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의 정점을 찍던 때쯤의 분위기에서 크게 나아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향후 이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의 호응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가 관건이다. 이 장관이 앞서 언급해 온 '창의적 해법'으로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들고, 남북간 합 사항이 지속적으로 이행된다는 것을 북측에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전날인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취임 한 달 소회'와 관련 "단절된 남북대화, 당국 간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노력하는데 이렇다 할 성과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 "인도협력, 교류협력, 작은교역 등 작은 기획을 꾸준히 진척시켜 나가며 (남북)협력 국면을 만들어 내려고 디자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협력 분야 관련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며 "남북 간의 합의와 약속을 전면 이행해 나가는 의지가 일관되게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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