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9일 장영수 전북 장수군수가 폭우로 유실된 봉화산 앞 도로를 찾아서 점검하고 있다. /사진=장수군 제공, 뉴스1 김동규 기자
‘54일’. 기상청 관측 이래 유례없는 긴 장마가 끝난 지 2주가 채 안 돼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싸우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천억대 예산을 쏟아부어 수해복구작업을 지원하고 기업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지만 도로와 교량 등 붕괴된 사회간접자본(SOC) 복구에는 적어도 10조원 넘는 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자연재해 피해액은 연간 최대 11조5000원, 재정 소요는 연간 8573억원이다. 한편에선 걷잡을 수 없는 재산피해와 재정문제로 골머리를 앓지만 국내·외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으로 먹거리가 줄어든 건설업계엔 웃지 못할 호재가 됐다.

9월 둘째 주 ‘수해복구계획 킥오프’
대한건설협회 잠정 집계 결과 이번 장마로 발생한 시설 피해는 2만4203건에 달한다. 이 중엔 도로와 같은 공공시설은 물론 주택 등 사유재산도 포함된다. ▲도로·교량 5223건 ▲하천 1023건 ▲저수지·배수로 449건 등을 포함한 공공시설이 9932건이다. 주택과 비닐하우스 등 사유시설 피해도 4271건에 달했다. 응급복구율은 87%로 추정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8월14일 발표한 ‘풍수해 피해 저감을 위한 선제적 대응방안’에 따르면 2004~2018년 자연재난 피해액은 연평균 5432억원. 복구비용은 두 배에 가까운 1조320억원이다. 최근 10년간 호우·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전체 자연재난 복구비용의 대부분인 88.5%를 차지했다. 총 피해액은 3조6281억원이다.

건설협회는 8월19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종합적 재난대책 수립’을 국회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과 정부부처 등에 건의했다. 협회는 이상 기온에 따른 집중호우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풍·수해 피해에 따른 노후·위험시설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SOC 투자 확대 ▲재해관련 법령·관리 체계 일원화 ▲노후 시설물 성능 개선 ▲신규 시설물 건설 및 노후시설 보강 시 치수계획 규모 상향 등을 건의했다.

임종구 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설물 관리와 재난 예방대책을 강화해야 대규모 자연재난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며 “풍·수해 관련 안전예산을 전체예산의 1% 안팎인 5조원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정부의 재난안전 예산은 총 16조7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약 3.3%다. 이중 풍수해 관련 예산은 2조8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5%다. 실제 정부 예산보다 두배 가까운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인 셈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월 둘째 주 첫 회의를 열고 수해복구 지원사업을 위한 기초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추경 규모 등에 대해선 아직 논의된 바가 없지만 업계에서 추정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옥 디자인 기자

대형업체보다 ‘지역 토목업체’ 수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정비가 필요한 ‘자연재해위험 개선지구’는 647개에 이른다. 이중 ‘침수위험지구’가 413개로 63.8%를 차지한다. 건설업계는 시급한 정비와 재투자, 붕괴 위험이 있는 1485개 급경사지에 대해 신속한 보강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8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공공의료비 지출과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으로 재정난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8월25일 국무회의에서 “수해복구 지원과 민생 경제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는 물론 기금 변경까지 포함한 추가재원을 최대한 확보해 신속하게 투입해달라”며 “3차 추경의 집행 시기도 앞당겨야 한다”고 요청했다.

SOC 예산에 목마르던 건설업계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SOC 예산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3년간 마이너스 상태였다가 올해 처음 증액됐다. 내년엔 올해보다 증가한 25조원 이상이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공사가 차질을 빚고 주택경기도 얼어붙은 상황에서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SOC 투자의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검증됐고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기댈만한 건 공공공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해복구공사는 대형건설업체보다는 지역 토목업체에 수혜가 될 전망이다. 공사금액 규모에 따라 100억원 미만은 지역 업체 외 제한공사로 해당 지역 업체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는 경우 경쟁입찰이나 지역제한은 적용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지역 업체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 규모가 클 경우 대형업체도 나설 수 있지만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3% 대형업체와 토목건축 1200억원 규모 이상의 업체는 평가액 1% 미만의 공사 수주에 제한을 받는다. 지역 토목업체의 수혜가 기대되며 관련 주가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화공영 ▲자연과환경 ▲우원개발 등은 장마가 끝난 8월18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각각 5~6%대의 주가 상승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