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실수요자에겐 정부 규제와 함께 기획부동산과 같이 사기를 치는 투기꾼 말고도 또 하나의 벽이 있다.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찾는 중개업소들이다. 일부 공인중개사의 ‘호가 담합’과 ‘미끼매물’ 행태가 만연해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나 직방·다방 등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생겨 이용이 편리해졌다지만 수억원대에 달하는 ‘살 집’을 알아보는 행위는 인터넷 쇼핑으로 몇 천원짜리 티셔츠 하나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결국 눈으로 직접 보고 결정해야 하지만 전화로 미리 연락을 하고 방문해도 헛걸음하기 일쑤다. 애초에 ‘그 매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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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부과에 슬그머니 사라지는 ‘미끼매물’━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직접 발품을 팔며 집을 알아보는 게 당연시됐지만 이제는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이용이 보편화됐다. 굳이 여기저기 돌아보지 않아도 앉아서 집을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매물정보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져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실수요자에게 큰 불편을 끼친다.
한국소비자원이 6월1일부터 14일까지 네이버 부동산·직방·다방 애플리케이션(앱)을 최근 2년 이내 이용한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비스 품질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66점이었다. 이들 앱의 편리성 만족도는 3.61점이었지만 매물정보 정확성 만족도는 3.54점으로 낮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앱 이용자 중 34.1%가 ‘미끼매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나 직방·다방 등에 올라오는 부동산 매물은 모두 회원 공인중개사가 올린다. 이에 대한 실수요자의 미끼매물 경험이 높다는 건 그만큼 일부 공인중개사의 잘못된 행태가 만연하다는 의미다.
이에 인터넷 등 온라인에 허위·과장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이 최근 시행됐다. 그러자 서울시내 아파트 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그동안 온라인에 올라왔던 부동산 매물의 대다수가 구매자를 낚기 위한 ‘미끼매물’로 확인된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전세·월세 합산 매물이 8월20일 10만873건에서 22일 7만7216건으로 이틀 만에 23.5% 급감했다.
단지별로 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매물이 1502→173건으로 88.5%나 줄었다. 서초구 서초동 푸르지오써밋은 332→62건으로 81.4% 사라졌고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매물도 743→174건으로 76.6%가 자취를 감췄다. 경기(-8.3%), 대전(-5.6%), 대구(-4.1%), 충북(-3.6%) 등에서도 이틀 사이 사라진 매물이 속출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마을삼성의 경우 180→54건으로 70.0% 감소했고 대전 대덕구 동일스위트리버스카이는 102→33건으로 67.7%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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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줄었다고 ‘실거래시장’ 전환?━
불과 이틀 만에 달라진 분위기는 온라인에서 미끼매물이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8월21일부터 시행돼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달 동안 계도기간을 갖고 개정된 중개대상물 표시·광고에 관한 규정을 적극 홍보한 뒤 9월21일부터 단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끼매물을 많이 걸러내더라도 실수요자가 원하는 싼 매물만 남는 것은 아니어서다. 비싼 허위매물이 사라져 그들이 가격 책정을 놓고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지만 매물을 얼마에 내놓을지는 전적으로 집주인 몫인 만큼 그들이 눈에 띄게 싼값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적다는 의견이다.
과태료 부과 등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로 미끼매물이 줄어들 순 있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결국 담합이나 미끼매물 등록 행위를 일삼은 중개업계의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관계자는 “허위매물 제재가 법제화됐어도 자율규제와 상호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규제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 스스로 미끼매물을 통한 시장 교란 행위를 멈춰 정부의 행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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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감독기구 신설에 정부 내 ‘엇박자’━
정부도 부동산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실수요자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미끼매물’ 근절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그 중심에는 최근 정부와 여권 등에서 거론된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신설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고 주택공급 방안을 제시해도 투기세력이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정책 효과를 저해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도입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내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독 기구신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어수선한 부동산시장 상황과 마찬가지로 도입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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