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생애 두번째' 총리직 중도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지난 17일 게이오(慶應)대 병원에서 추가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건강악화설이 불거진 이후 11일 만의 일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간 언론에서 지적해왔듯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올 6월 정기검진에서 궤양성 대장염 재발 징후가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 약을 쓰면서 전력으로 직무에 임해왔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몸 상태에 이상이 생겨 체력이 상당히 소모되는 사태가 됐다"며 "이달 초 재발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기존에 쓰던 약물 외에 새로운 약물을 투약한 뒤 24일 재검사를 받았을 땐 '약물의 효과는 확인됐으나 지속적인 처방이 필요해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을 들었다"며 "질병과 고통이 있으면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총리직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복통과 혈변 등을 수반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질환으로서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정한 난치병 가운데 하나다. 아베 총리는 이 병을 중학교 3학년(17세) 때부터 앓아왔으며, 성년이 돼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당선과 함께 일본의 전후(戰後·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최연소 총리가 됐던 아베 총리가 불과 1년 만에 총리직을 그만둔 것도 이 병이 악화됐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사임 시기를 고민해왔으나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해 "새로운 체제로 이행하기엔 지금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다양한 정책이 아직 실현되는 과정에 있고,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임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총리직을 그만두게 돼 "통한의 극치"을 느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Δ러시아와 평화조약 체결과 Δ자위대 합헌화 등을 위한 헌법 개정을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애를 끊는듯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앞서 주재한 임시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도 당 총재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선 관례상 원내 제1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면 총리직 또한 자동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하고, 새 총재가 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지명될 때까진 계속 총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르면 내달 중순쯤 자민당의 새 총재 선출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자민당 내에선 아베 총리의 '라이벌'을 자임해왔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을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등 줄잡아 8명 정도가 '포스트 아베'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당초 아베 총리는 이들 중 기시다 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었던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최근엔 스가 장관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다음 총재 선출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당 집행부에 맡겼기 때문에 내가 말씀드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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