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성은 기자 = 지난 7월 인천에서 시작해 전국을 들끓게 한 '깔따구 수돗물' 관련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수돗물에서 깔따구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운영하는 부평·공촌 정수장의 내부 시설인 '활성탄지'를 지목했다. 철저히 폐쇄돼 청결하게 운영돼야했을 활성탄지에 깔따구가 날아들어 알을 낳은데다 그 이후의 정수 처리 과정에서 유충(애벌레)이 걸러지지 않은 채 수도관을 타고 막힘 없이 이동했다는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활성탄지 관리 부실 문제와 관련해선 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되레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애매모호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정수장의 위생 관리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만큼 처벌 수위가 높은데도 정수장 관리 부실 문제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 바람에 깔따구 수돗물 사태는 책임자 처벌 없이 얼렁뚱땅 넘어갈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정수장 활성탄지서 발생한 깔따구…걸러지지도 않고 가정으로 직행
환경부 소속 한강유역환경청과 인천시가 공동으로 구성한 '수돗물 유충 관련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 28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의 입상활성탄 흡착지(이하 활성탄지)에서 발생한 깔따구가 수도관을 타고 각 가정으로 유입됐다고 최종 결론을 냈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 10일 중간발표에서도 정수장의 활성탄지를 깔따구 서식지로 지목했다. 깔따구가 공촌·부평정수장의 활성탄지 건물 내부로 날아 들어온 뒤 활성탄지에 알을 낳아 번식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단은 이번 추가 조사를 통해 배수지에서 발견된 깔따구가 활성탄지로부터 이동해왔다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배수지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의 머리·꼬리는 물론 체내에도 활성탄 미세입자가 부착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취수장에서 물을 받아 정수 처리하려면 침전지→여과지→활성탄지→정수지→배수지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천 정수장의 배수지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활성탄지로부터 걸러지지 않고 이동해왔다는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발견된 셈이다.
물론 깔따구 유충이 인천 공촌·부평 정수장에서만 발견된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달 21일 환경부는 활성탄지가 설치된 정수장 49개소에 대해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 총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수돗물 유충' 민원 지역인 Δ인천 공촌 Δ부평 정수장을 포함해 Δ경기 화성 Δ김해 삼계 Δ양산 범어 Δ울산 회야 Δ의령 화정 정수장 등이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당시 "정수장 말단부와 배수지를 다 점검했지만 인천 외의 지역에서는 (정수장 말단부와 배수지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활성탄지에서 부화한 깔따구 유충이 배수지로 그대로 이동한 정수장은 인천밖에 없단 얘기다.
이 관계자는 깔따구를 거를 설비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거름망 등을 통해서 거를 수 있다"고 했다. 깔따구가 활성탄지에서 생긴다고 할지라도 거름 설비를 통해 가정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었지만, 인천 정수장 시설에 '구멍'이 나면서 지역 주민들이 결국 깔따구 수돗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인천시 활성탄지 관리부실 문제에는 '침묵'…얼렁뚱땅 무마되나
그럼에도 조사단은 공촌·부평 정수장의 활성탄지 관리 부실 문제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인천시가 2018년 이전에는 경제성을 우선한 비용절감 위주로 수도사업을 운영했다는 점과, 급수인구 당 상수도사업 종사 인력이 타 특·광역시 대비 다소 적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사태의 원인을 수도사업 전체로 뭉뚱그려 표현했을 뿐이다.
조사단은 또한 "이번 수돗물 유충 유출 사고는 인천시에서 발생했으나, 미국·영국 등의 해외 수돗물 유충 발생사례 등을 종합해 봤을 때, 향후 시설과 운영이 비슷한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표현했다. 마치 깔따구 수돗물 사고가 인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읽힌다.
인천시에 책임을 물을 법 조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법 제2조는 관할 구역의 주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상수원 관리 등에 노력할 책무가 시·도지사와 자치구의 구청장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도법 제33조는 "일반수도사업자가 수도에 관해 소독 및 수질검사, 그 밖의 위생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어길 경우엔 제83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차동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깔따구 수돗물 사태와 관련한 사실 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 검찰이나 경찰의 형사 고소가 이뤄지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며 "형사 고소가 아니더라도 피해자인 인천 주민이나 제3자에 의해 고소·고발이 이뤄진다면 인천시 담당자들이 수도법 제33조에 따라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소·고발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당초 환경부는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인천시의 관리 부실과 관련해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에서 관리 문제가 쏙 빠져 있는 탓이다.
환경업계 한 관계자는 "조사단이 깔따구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시설과 인력에 대한 복합적인 문제를 지적했을 뿐 명백한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인 환경부가 지자체인 인천시를 고발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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