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모델이 전시됐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10개월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관리체제 아래 두는 '플랜B'를 본격 가동한다.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투입해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분리매각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현산 협상 불발… 기안기금 2.4조원 지원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노딜'(매각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지 10개월 만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금호산업 측에서 현산 측에 계약 해제가 통보된 것에 대해 매각 과정을 함께 했던 채권단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하기로 했던 M&A 계약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산업은행
정부는 이날 오후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이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이어 회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5000억원으로 아시아나 영구채를 인수했다. 채권단은 올해도 3000억원의 영구채를 매입했다. 이를 전환하면 채권단의 아시아나 지분은 36.9%로 금호산업(30.7%)을 앞선다. 

아시아나의 노선 정리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 경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노선을 떼어준 뒤 향후 분리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감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최 부행장은 "감자는 현단계에서는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며 "자회사 분리 매각 등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고속은 채권단 관리에 놓이게 된다. 최 부행장은 "대주주, 회사, 임직원 등의 철저한 고통분담을 통해 금호고속도 정상화를 추진한다"며 "아시아나처럼 특별약정을 통해 채권단 관리체계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금호산업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현산-금호 계약금 반환 놓고 갈등 격화 불가피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는 올해 초 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며 어긋났다. 아시아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지난 4월 돌연 실사 작업을 중단했고 6월에는 인수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조건을 전면 재검토하자고 나섰다.


채권단은 최근 인수가격 2조5000억원 중 일부를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으나 현산이 재실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현산과 채권단의 계약무산에 따라 계약무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인수가액 10%에 달하는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둘러싸고 금호와 현산의 소송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측의 공방을 놓고 계약금 반환 소송 등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시선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담화문에서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M&A 계약이 해제됐다"며 "현산의 거래종결의무 이행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계속 기업으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5개월 동안 M&A 성사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발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7주간의 실사 및 본 계약 체결 이후 8개월이란 전례 없는 긴 기간 동안 현산의 많은 양의 실사 자료 및 설명 요청에 성실하고 차질없이 응대해준 모든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 부행장은 "현산이 의지를 갖고 M&A에 나섰으나 코로나 사태 후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협의 등 아쉬움이 있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무산으로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된다. 이에 대처하고자 기안기금 유동성과 자본확충으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