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아들의 군복무 당시 특혜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번주 '추미애 난타전'이 예상된 국회 대정부 질문을 앞두고 나온 유감 표명이다.
추 장관은 핵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이 의혹 부인 입장을 고수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표했다. 그는 검찰에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고 했지만, 오히려 이번 입장 표명이 검찰에게 무언의 '시그널'을 준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이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12월부터 제기된 아들 서모씨의 '23일 연속휴가' 특혜 의혹은 최근 자대배치,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청탁 문제로까지 크게 확산됐다. 야당은 추 장관이 이 과정에 개입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추 장관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며 논란을 일축해왔지만, 아들 논란이 증폭된 뒤부터는 긴 시간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 군 관계자의 실명폭로가 이어지고 여론 악화로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내놨다.
◇"국민께 송구" 사과했지만, 구체적 해명 없이 의혹 부인 입장 고수
추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아들의 군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며 이전처럼 특혜 의혹은 부인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추 장관은 또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추 장관은 "군은 아픈 병사를 잘 보살필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규정에도 최대한의 치료를 권하고 있다.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어미로서 왜 걱정이 들지 않겠나. 그러나 대한민국 군을 믿고, 군에 모든 것을 맡겼다"고 말했다. 규정위반이나 외압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제기된 통역병·자대배치 청탁 의혹과 보좌관·추미애 부부 통화 의혹 등 개개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앞서 추 장관 보좌관이 부대로 직접 전화를 걸어 휴가를 문의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지난 11일에는 서씨 부대 최고 책임자였던 이철원 예비역대령이 '여러번 청탁 전화가 왔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휴가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것도 국방부 문건에 따라 확인됐다.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추 장관은 "이 과정에서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저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아들은 검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응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검찰엔 "누구도 의식 말라"…"수사팀에 부적절 시그널" 비판
추 장관은 이날 입장문에서 "인내하며 말을 아껴온 이유는 법무부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사 지연과 조서 누락 의혹으로 서울동부지검의 축소수사 논란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추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수사팀에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억울하다는 내용의 장관의 발언과 수사를 명명백백하게 하라는 지시는 같이 갈 수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수사팀에게는 (추 장관의 발언이) '수위조절'을 하라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 수사 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추 장관이 이날 입장문에서 특별수사단 구성 등을 언급하며 '모두 다 하라'는 메시지를 남겼어야 한다"며 "오늘 입장문은 '억울함을 잘 밝혀달라'는 가이드라인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 장관님, 답을 미리 정해놓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냐"라며 "말로는 사과하고 속으로 잘못 없다는 변명이고, 겉으로 죄송하지만 속내는 죄없다는 고집"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23일 장기연속 휴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휴가 연장에 특혜나 청탁이 없었다고 한다. 수사관련 보고도 안받겠다면서 이미 답을 정해놓고 검찰에 답을 말해주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사퇴 촉구에는 "검찰개혁 완수" 우회 거부…내주 '국회 대정부 질문' 눈길
야권의 사퇴 압박에는 '검찰개혁 완수'를 내세우며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분명히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고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아들과 관련한 의혹 제기 보도를 두고 "정말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또 한 번 감탄하고 있다"고 밝히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1일 전국 검찰청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내년 1월1일부터 여러 수사권개혁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업무환경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런 변화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검경수사권 개혁안 시행에 앞서 검찰국장을 팀장으로 하는 시행준비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추 장관이 입장문 발표를 통해 아들 의혹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가운데 이번 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추 장관은 14일(정치 분야)과 17일(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할 예정이다.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해당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김덕곤 부장검사)가 신속한 수사로 이달 내 결론을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8개월이 넘도록 수사를 끌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동부지검은 최근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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