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검찰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의 촉발점이 됐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정의연 관계자들이 국고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는 정황이 발견돼 단체의 도덕성과 관련한 공방은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의연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의 수사 결과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은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회계가 부실하다는 내용의 고발 건에 대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했다.
◇회계부정 논란된 의혹들 대부분 무혐의 처분
공시 누락 등 부실공시가 상당히 확인됐으나 지출 내역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 허위 공시 및 누락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더불어 검찰은 정의연이 주무관청에 보고할 때 수입·지출이 일부 누락된 것을 확인했으나 정의연과 정대협은 '공인법인법'상 공익법인이 아닌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공익법인으로 등록돼 기부금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받음에도 주무관청에 보고를 누락하거나 허위보고를 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기부금을 모집해 활동하는 법인들의 자금 집행 투명성 제고를 위해 법무부에 공익법인법의 적용 확대, 부실공시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의 법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더불어 검찰은 '정의연이 같은 사업을 하는 정대협과 보조금을 중복·과다 지급받았다' '기부금의 일부만 피해자 지원에 직접 사용했다' '안성의 피해자 쉼터를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범죄혐의가 없다고 봤다. 또 2011년과 2012년 사이 안성 쉼터가 불법 증축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5년이 넘었다'라며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이날 입장을 내고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된 이른바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앞서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들에 대해 정의연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이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 '법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기준을 세움으로써 정의연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시민단체를 상대로 추가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지난 4개월간 무차별적으로 제기된 의혹들이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함이 밝혀졌다"라며 "다시 한번 허위 보도 등에 대한 언론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할머니 속여 기부금 타낸 혐의' 등 뼈아픈 기소 내용도
하지만 검찰이 정의연 관계자들이 보조금을 부정 수령하고 단체 이름으로 모금된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판단해 재판해 넘기면서 정의연은 도덕성에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정의연의 회계와 관련한 의혹에는 대부분 범죄 혐의가 없다고 본 반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과 정의연 관계자 1명에 대해서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했다.(관련기사 : "윤미향, 모금액 1억 개인유용"…4개월만에 재판行)
검찰은 윤 의원 등이 정대협이 운영하는 박물관에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마치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등록하는 등의 방식으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약 3억6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 등 피고인들이 관할관청에 모집등록하지 않은 채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단체 혹은 개인 계좌로 약 43억원의 기부금을 모집해 기부금품 관련법을 위반했으며 윤 의원의 경우 개인계좌를 이용해 모금을 하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약 1억원 정도를 개인용도로 임의 사용하는 등 업무상횡령 혐의가 드러났다는 게 검찰의 수사 내용이다.
정의연은 그동안 기부금이나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부정함은 없었으며 직원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특히 검찰이 공소 내용 중 윤 의원과 마포구 고(故) 손영미 평화의우리집 소장이 공모해 치매를 앓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를 속여 7920만원의 기부·증여를 받아냈다고 적시한 부분(준사기 혐의)은 피해 당사자들을 활동 전면에 내세워 온 정의연에게는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스스로 나서서 해명하기 어려운 사자(死者)에게까지 공모죄를 덮어씌우고 피해생존자의 숭고한 행위를 ‘치매노인’의 행동으로 치부한 점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정부의 행정조치 예고…재판 마무리되면 구체화 될 듯
검찰의 수사로 윤 의원과 정의연이 부당하게 국가보조금을 받아 사용하고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등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부도 정의연에 대한 행정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
검찰의 기소 사실은 전달받은 행전안전부는 "검찰이 내놓은 수사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행정 처분으로 기부금 모집 등록 말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등록 말소에 따른 벌칙 조항 적용 여부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에 이어 여성가족부와 서울시도 정의연에 대한 보조금 환수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정의연 활동은 큰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의 기소 내용이 어떤 판단을 받을지는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하므로 정의연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측은 "재판 결과 위법사실이 밝혀지면 그에 따라 환수조치를 할 수 있다"며 "만약 환수하게 된다면 보조금 환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조례 등에 의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의 기금운용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던 피해 당사자 이용수 할머니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자신에게 묻지말라며 "법에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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