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박승주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 2011년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북한 정보수집을 요구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23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조사관 박모씨와 유모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2012년 11월 유씨의 여동생 유가려씨를 조사하면서 반복적인 폭행을 가하고 전기고문을 할 것처럼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우성씨는 지난해 2월 국정원 직원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1년이 넘은 지난 3월 이들을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는 유우성씨와 유가려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먼저 증언에 나선 유우성씨는 처음 국정원 직원과 친분을 맺게된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A씨가 지속적으로 북한 정보수집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한 이후 3개월 정도가 지났을때 국정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며 연락이 처음 왔다"며 "나라를 위해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 북한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서 원하는 자료를 가져다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요청을 거절했지만 A씨는 여러 차례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또 유씨가 재차 거절하자 다른 사람이라도 소개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지속적으로 A씨와 만남을 가지면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겨 동생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동생이 한국에 오고싶어 하는데 잘 봐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동생 가려씨가 정작 한국에 들어온 직후부터 A씨와의 연락은 끊겼다. 유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유씨는 이러한 관계가 통상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증언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오면 통상적으로 국정원에서 친분관계를 맺고 소통을 하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모든 탈북자들을 국정원에서 관리하지는 않는다. 보통 경찰이 담당하지 국정원 담당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시작 전 증인신문 공개 여부를 두고 유씨 측과 피고인 측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피고인 측에서는 국정원 관련 비밀 내용이 공개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지만, 유씨 측 변호인은 유가려씨가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은 국정원 비밀과는 상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서 비공개 신청을 한 부분도 분명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난 공판까지는 비공개재판을 했다"면서도 "피해자의 피해내용에 대해선 원칙대로 공개재판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앞서 유씨는 이날 재판 시작 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가족과 제 동생은 다시는 간첩조작 사건 일어나질 않길 원한다"고 호소했다.
유씨는 "10개가 넘는 범죄를 찾아도 1~2개밖에 기소가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비공개로 조용히 진행되려 한다"며 "나쁜 행위가 바로 잡히고 잘못된 부분을 강력히 처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는 "이 사건이 진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트라우마도 있다"며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현명한 판결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은 검찰이 탈북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를 2013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출입경기록이 위조서류임이 밝혀진 사건이다.
유씨의 간첩 혐의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간첩 혐의의 핵심 증거인 유가려씨(유씨의 동생) 진술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국정원이 가려씨로부터 '자신과 유우성이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던 가려씨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국정원이 위법하게 불허하고, 검사는 이를 용인하거나 적극 협력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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