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야권의 대통령 후보감을 이제는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눈에 띄게 치고 나오는 야권 인사가 없고, 익숙한 이름들이 군소후보 수준의 '지지율 저공 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야권으로 묶이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2022년 대통령선거나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연대설'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정작 두 당 대표들만 각자의 이유로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떨떠름한 반응을 숨기지 않는다. 안 대표 개인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 한결같다.
반면 안 대표는 김 위원장에 대해 "배울 게 많은 분"이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또 두 당이 선거를 위한 전략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혁신경쟁'이 우선이라며, 정책경쟁과 혁신경쟁을 통해 두 당 중 하나가 야권의 대표 차세대 주자로 선택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줄곧 국민의당을 '흡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고, 안 대표 개인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혁신경쟁으로 어깨를 견주겠다'는 안 대표의 밑그림이 얼만큼 유효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김종인 "안철수 정치활동,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처음에 그분(안 대표)한테 '정치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저를 보고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며 "이 분이 정치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자리를 뜬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안 대표 개인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대' 개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안 대표를 향해 '필요하면 들어오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안 대표가 한때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 통했고, 대통령 선거에서 직접 후보로 뛰었었다는 정치적 자산이 있지만 이를 버리고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똑같이 경쟁하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103석 규모의 국민의힘과 3석의 국민의당이 대등한 입장에서 연대를 하는 것이 어색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심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후보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난달 23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나는 언론을 통해서 안 대표님의 국민의당과 언제라도 같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떨떠름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만큼 안 대표는 야권의 대표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에 '입당'을 해야 하는 처지다. 국민의힘의 필요에 의해 야권의 대표 대권주자로 '무혈입성'하는 시나리오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선 비슷한 국민의힘-국민의당 '혁신경쟁' 가능할까
이 같은 맥락에서 안 대표의 '혁신경쟁' 구상이 얼마나 유효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두 당 모두 '야당'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혁신적 정책을 낸다고 해도 이를 실현하기가 어려운 데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경쟁의 상대로 여기는지도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추구하는 노선이나 정책 지향점이 상당 부분 겹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 정당은 문재인 정부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했으며, 부동산정책과 경제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외교·안보 정책이 실패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거대 여당의 독주'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탈이념'과 실용주의 노선 표방에서 입장이 같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 등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을 넘어 그의 '경제관'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경매현장을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그 사람(안 대표)은 자유시장경제가 무엇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고 폄훼했다. 안 대표가 경제3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이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밖에 안 대표에게는 취약한 정치권 내 지지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안 대표에게 호의적인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밖 인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효한 지지층을 얼만큼 다질 수 있을지 역시 관건이다.
결국 안 대표의 '선(先) 혁신경쟁 후(後) 선거논의' 밑그림은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는 사이 10월에 접어들면서 서울시장·부산시정 보궐선거는 반년만을 남겨두게 됐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군은 어디에 있느냐'는 아우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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