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정부와 방역당국의 초강경 조치로 개천절 도심 집회 개최는 사실상 열리지 않았지만 보수단체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한글날, 다시 한 번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신고된 집회 중 10인 이상 집회는 모두 금지 통고된 상태다. 만약 한글날을 포함해 주말에 불법집회가 개최될 경우 모두 엄단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에도 '차벽 설치'라는 원천봉쇄 조치를 꺼내들지는 주목된다.
현재 한글날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와 집회 건수는 50건이 넘는다. 지난 8월15일 광화문 집회의 파장을 되돌아봤을 때 보수단체들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더라도 10인 이상 집회는 불허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경찰이 이번에도 차벽 설치를 비롯해 초강경 대치를 꺼내들지 여부다. 경찰은 지난 3일 개천절 도심 집회를 차단하겠다며 오전 7시부터 광화문 광장 진입 자체를 봉쇄했다.
광화문 광장 인근 지하철역 무정차 운행을 포함, 300여대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거나 펜스를 둘러 통행을 막았다. 시위 참석이 의심되는 차량을 점검하기 위해 중간중간 검문소도 세웠다.
이 때문에 보수단체 집회는 사실상 힘을 쓰지 못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지난 8월15일 집회를 막지 못해 코로나19 전파고리가 전국으로 퍼진 점을 감안하면 집회를 사전에 차단한 것은 필수 불가결한 조치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근거가 필요한데, 과연 차벽 설치가 불가피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적 이념과 유불리를 떠나 '과잉대응'이었다는 지적이다.
서울 도심에서 차벽이 설치된 것은 지난 2015년 세월호 추모 집회 이후 처음이다. 이미 차벽 설치는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앞서 2011년 헌법재판소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찰이 서울광장에 차벽을 설치해 행인 통행을 원천 봉쇄한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어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차벽을 설치하면서 우회로 및 횡단보도를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만을 놓고 차벽 설치가 정당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방역상황이 안정되면 강제해산이나 물대포는 물론, 차벽도 쓰지 않는다는 기존 집회관리 기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5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9일 공동 성명을 통해 차량 집회 처벌 방침은 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람 간 일정한 물리적 거리가 확보되고 접촉이 없는 차량 집회라면 원천 봉쇄할 일이 아니다"며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 훼손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따.
차벽 설치 등을 놓고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일각에서 '갑론을박'이 이뤄지자 경찰도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한글날 집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차벽 설치 만큼 사전 차단에 유용한 대응도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특별방역기간이 일주일 남아있고, 불법집회는 엄단한다는 기조는 불허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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