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정혜민 기자 = 여성단체가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중단(낙태)을 할 수 있도록 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7일 "형법상 '낙태죄' 유지는 여성을 온전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면서 분노했다.
◇"14주내 낙태 자유…'삐끗' 16주는 처벌? 현실성없어"
특히 '14주'를 여성계와 아무런 합의 없이 결정한 것에 대해 '독단적'이라는 한목소리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14주, 24주 등 특정 기간 안에서 가부를 결정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산모의 자기결정권 기준을 특정기간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도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정부와 국회는 적극적인 조치가 없었다"면서 분노했다. 그는 "어떤 명분이 붙더라도 여성의 몸을 통제한다는 입장이 반복된 셈인데 시대역행이다"고 꼬집었다.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12주와 14주, 16주를 각각 나눠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느냐. 산부인과에서 14주라고 하면 처벌을 안 받고, 삐끗해서 15~16주라고 하면 처벌대상이 되는 게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앞서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 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임신 주 수를 정해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24주내 허용 범위 누가 판단…보호·교육 우선이지 처벌 아냐"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낙태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힌 것도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장과 입맛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개정안은 Δ강간 등 범죄행위로 임신한 경우 Δ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한 경우 Δ임신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여성을 곤경에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Δ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임신 24주까지 낙태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낙태죄 전면폐지를 위한 전북 여성·시민사회단체 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법 개정은 누구를 기준으로 처벌하고 금지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여성들을 보호할 것인가를 위해 시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이 '여성보호'보다 '낙태제한'에 맞춰졌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포괄적 성교육과 임신·출산·양육과 관련된 사회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주내 낙태도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가지게 하는 것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 자신의 결정에 '결재'가 필요한 것처럼 규정됐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낙태 전면 비범죄화(전면 허용)를 이야기해왔는데, 이번 결정은 후퇴한 (결정이며) 실망스럽고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정계 진출 여성학자 반발…"생명경시" 이유 반대 주장도
여성계 출신 정치인 등도 정부안에 반발하고 있어서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학자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개정안과 관련해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 서지현 검사 역시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서 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적 측면을 떠나 주 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 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라고 밝혔다.
다른 이유로 낙태 관련 이번 법안 개정안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입장도 있다.
전국 대학교 여성 교수들 174명은 성명서를 통해 임신 14주까지 중절을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들은 "태아는 여성의 신체의 일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생명권을 가진 독립된 생명체"라며 "대부분의 낙태가 12주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법개정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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