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주뉴질랜드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미국과 나이지리아 공관에서도 직원들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왔지만, 재외공관 성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외교부의 대응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A총영사관 파견 국정원 직원, 성추행에도 늑장 징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LA총영사관에 파견돼 근무하던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 A씨는 지난 6월 말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다.

국정원 소속 고위공무원으로 LA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하던 A씨는 지난 6월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여직원 B씨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B씨의 신체를 더듬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씨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했으며,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사건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10여 일이 지난 후인 7월 말에 A씨를 국내로 복귀 조치했다.


원소속인 국정원으로 돌아간 A씨는 현재까지 직무 배제 외 별다른 징계 없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이후 3개월이 넘도록 A씨에게는 아무런 징계도 내려지지 않은 셈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성범죄나 금품 비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 행위로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등에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해당 기관장은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

강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사건 인지 즉시 해임해 귀국 조치했고 해당 부서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보통 주재관에 대한 조사나 징계절차는 그렇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건 당시 외교부 소속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외교부가 1차 조사를 하고 조치했어야 하는 하는 사안"이라며 "책임 면피용으로 원 소속으로 복귀시킨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나이지리아서도 현지직원 추행…자진 퇴사로 마무리

나이지리아에서도 성추행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주나이지리아 대사관 행정직원 C씨는 지난 8월 자신이 고용한 직원 D씨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침대로 이끄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D씨는 제3자에게 고충을 토로했고 제3자는 대사관 내 성고충담당관에게 D씨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에 따라 성고충담당관도 이인태 주나이지리아 대사에게 피해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이 대사는 인사위원회 개최 등 별다른 조치 없이 본부에 보고도 하지않았으며, C씨는 지난달 9일 아무 징계도 받지 않고 자진 퇴사했다. 이 대사는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없어 재량으로 처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훈령의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 14조(징계)는 행정직원의 공관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징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대사관에서 조사를 한 바 있고, 행정직원이 자진퇴직을 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피해자 본인이 처벌과 조사를 희망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강 장관의 답변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눈감아줄 수 있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이어 "성추행·성비위도 문제지만, 그 이후 처리도 문제"라며 "외교부 고위공직자들의 인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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