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호 소방청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김진희 기자,전준우 기자 = "이제 국가직에 걸맞게 소방관 지원, 장비 등에 돈 좀 쓰세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국정감사에 참석한 의원들은 소방의 기능 강화를 위한 장비 확충과 처우 개선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을 모았다. 여야가 정치공방을 벌이거나 피감기관에 호통 치며 비판하는 행태에서 벗어난 '정책 국감'의 모습이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먼저 70m 이상의 고가사다리차 보급의 필요성이 수차례 언급됐다. 지난 8일 울산 남구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진압을 위해 부산에서 70m급 사다리차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울산에는 해당 사다리차가 없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0m급 사다리차가 현장에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70m 이상 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인데 전국의 고층건물은 4692개로, 사다리차가 없는 지역은 굉장히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과감하게 사다리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자 정문호 소방청장은 "많은 시도에서 원하고 있고 부족한 현실이고 없는 시도에 1대씩은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에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양기대 의원은 울산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쉴 수 있는 회복차량이 출동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회복차량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이 "현재 1대 추진 중에 있고 올해 안에 가능하다"고 답하자 양 의원은 "예산은 국회에서 뒷받침할테니 기존 발상을 뛰어넘는 예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의원은 또 소방헬기를 포함한 각종 장비와 인력 충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제 돈 좀 쓰세요.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장에서는 양 의원의 발언에 동조하는 여야 의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 진입하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0.10.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정 청장이 "저희도 과감하게 쓰고 싶다"고 말하자 서영교 위원장은 "고층 건물이 아주 많기 때문에 예산을 잘 짜서 주시면 행안위 차원에서, 또 국회에서 준비해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70m급 사다리차 1대 구매 비용은 약 15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주요항에 500톤급 소방정을 비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지 말고 필요한 곳에 왕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행안위에도 5명의 예결위원이 있다"며 "다른 예산을 절감해줄테니 소방정은 절대 필요하고 1곳이 아닌 부산, 울산, 광양 3곳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여야 의원들은 울산 주상복합아파트와 같은 대형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도 한목소리를 냈다.

소방공무원 출신인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신속한 대처 덕에 한 한 명의 사망자가 없어 천만다행"이라며 "건축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건축자재 성능 기준을 강화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소방공무원이 연 1회 직접 하는 소방특별조사는 너무나 형식적이고 그나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안 했다"며 "인력이 모자라고 건물 규모가 크다면 그에 맞춰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내가 사는 아파트는 화재로부터 안전할까'인데 2012년 이전에 지은 건물은 가연성 외장재 사용 여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해선 특별안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8일 밤 11시 14분경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2020.10.9/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이에 정 청장은 "전국 30층 이상 고층건물 중 아파트는 4000여개로 시도별로 분류하면 크게 예산이 소요되는 것 같지 않다"며 "개개 호실마다 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체적인 외장재 종류나 주요 소방시설 작동 여부 등은 큰 어려움이 없어 서둘러서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도 높았다. 신분은 국가직으로 전환됐으나 재정은 지방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다 지휘권도 지자체장과 양분하는 형태로 돼 있어서 '반쪽짜리 국가직'이라는 데서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는데 정작 국가에서 이들에게 어떤 일을 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연수원이 한 곳도 없고 제대로 된 복지시설도 없다"고 말했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정신 고통을 호소하는 소방관은 3만명 이상으로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이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소방관이 늘었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자살자, 마음건강 문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심각한 문제로 신경 쓰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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