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씨의 배우자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2001년부터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으로,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7월 업체 대표에게 사직 의사를 표했다. 업체 대표는 "일단 며칠 쉬고 이야기하자"라고 답장을 보냈는데, 그 다음날 A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출근하지 않은 다음날 A씨는 산책을 하겠다고 밖으로 나간 뒤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우자 이씨는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부동산 문제에 시달리고, 과거 공황장애를 앓던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이씨는 "통장과 부녀회장 등 입주민들 간 갈등 중재, 민원 처리 문제로 장기간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사망 직전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모욕적 항의를 받아 극다선택에 이르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극단적 선택이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로 생겼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입주민 B씨가 아파트 입주 이후 관리사무소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시로 관리사무소에 방문 또는 전화를 걸어 2주 이상 해당 민원 해결을 요구했다"며 "다른 입주민들에 비해 상당히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원 내용도 주로 층간소음 문제 제기로 A씨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밖에도 '주차장 CCTV 사각지대가 있는데 차량이 훼손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하는 등 합리적 민원 제기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B씨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A씨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해 민원을 제기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일방적으로 질책과 폭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일련의 사건은 A씨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민원 제기가 사망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에서 "직장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용해 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을 근거로 "A씨는 불안 및 우울 증상으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주위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부분은 B씨 등 입주민들의 민원처리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A씨가 사망 무렵 상당히 증가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개인적 소인의 발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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