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7개월째 상승세다. 사진은 군데군데 매물란이 비어있는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 속 매물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선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셋집을 찾는 수요는 많은 데 비해 매물이 없는 탓이다. 서울 송파구 맘카페에는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가위바위보’와 ‘제비뽑기’를 했다는 경험담과 목격담이 올라왔다. 정부는 계속된 전세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조만간 안정될 것으로 낙관한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세파동이 앞으로 4~5년간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맛집도 아닌데 전셋집 보려고 줄섰다”
#1 주부 A씨는 최근 전셋집을 알아보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복도식 아파트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대로 집을 봐야 했던 것.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황당했지만 제비뽑기를 해 최종 계약자를 선정한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던 A씨는 제비뽑기까지 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2 예비신부와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직장인 B씨는 회사 출·퇴근 시간과 가격 등을 고려해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골랐지만 정작 매물이 없었다. 공인중개업소에선 인기 있는 단지여서 수요는 많지만 매물이 없으니 번호표를 받고 연락을 기다리라고 했다. 본인 앞에 있는 대기자는 10여명. 유명 맛집의 줄도 안 서는 B씨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맘카페와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이 같은 경험담이나 목격담이 공유된다. 일부 과장된 면도 있고 지나친 비약이란 지적도 있지만 실수요자가 처한 심각한 전세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갈수록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예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10월 실거래 신고 기준으로 5억2500만~7억원이던 전세가격이 최근 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다. 잠실주공5단지 76㎡의 전세 호가도 7억원으로 10월 신고가액(3억~4억5000만원)보다 최대 4억원이 높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전세난, 앞으로 5년 더?
평균 전셋값도 뛰었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년 전보다 12.6%(5769만원) 상승한 5억1707만원을 기록했다. 8월 5억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 오름세다. 9월 기준 강남 평균 전셋값은 6억295만원으로 처음 6억원을 넘겼다. 지난 7월 4억원을 넘어선 강북도 9월 기준 평균 전셋값이 4억2045만원을 기록했다.
전세 수급상황을 보여주는 지수도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9월 기준 187.0을 기록해 최근 3년 내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을수록 공급 대비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의 전세난 지적에 대해 “전세시장이 안정화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1989년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5개월가량 전셋값이 불안정했다. 지금은 그때와 분위기가 다르지만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는 상황이 심각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앞으로 4~5년 동안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정부가 전셋값을 잡으려면 분양가상한제와 같이 아파트값을 더 낮출 수 있는 정책을 즉시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