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결론이 또 다시 연기됐다./사진=뉴시스
K-배터리 전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 결론이 또 다시 연기됐다.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알 수 없으나 ITC 위원회가 앞서 1차로 21일 연기한데 이어 추가로 45일이라는 긴 기간을 다시 연장한 사실로 비춰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시 45일 연기… 결론 못 내는 ITC

2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조사의 완료일을 10월26일에서 12월10일로 연장하기로 했다”며 “위원회는 연장 결정에 대한 투표를 26일 진행했다”고 말했다. ITC는 우리 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께 이 같은 발표 내용을 공개하면서 그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3페이지의 문서를 통해 그동안의 소송 진행 과정을 밝혔다. ITC 측은 “지난 5월12일 소송 당사자들은 재검토 이슈 및 구제 조치, 공공 이익에 관해 의견을 보냈다”며 “특정 비(非) 당사자들 또한 같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보내왔고 위원회는 조사에 대해 숙고 중”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 본사와 SK이노베이션 본사/사진=뉴시스
이번 싸움의 핵심은 영업기밀 침해 여부다. LG화학 측은 SK이노가 자사 핵심인력을 대규모로 빼갔고 이 과정을 부인하기 위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한다. SK이노로 이직한 한 직원의 2018년 이메일에 ‘내가 유일하게 갖고 온 정리된 자료’라는 제목과 함께 57개 배터리 제조 핵심비결(레시피)이 첨부돼 있었다는 것. ITC가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SK이노에 조기패소 판정을 내렸다는 게 LG화학 측 설명이다.
SK이노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한다. 이직 직원에게서 전 직장 자료가 발견된 것을 LG 측이 영업기밀 침해로 단정 짓고 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는 ITC의 예비판결 재검토 결정문도 공개했다. 결정문에서 ITC는 LG화학에 ▲영업기밀 침해 ▲경제적 침해와 관련된 파기된 증거가 무엇이고 타당한 연관성을 가졌는지 답변하라고 지적했다.

패소 판결… 일자리 창출 등 미국입장에서도 부담

업계에서는 판결 연기를 두고 LG화학과 SK이노 간 소송에 대한 ITC의 고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두 회사 모두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한 부담이 미국 내부에서도 분분하다.

만약 SK이노가 패소할 경우 회사는 배상금 지급은 물론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과 소재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SK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증설 프로젝트 역시 좌초되는 상황. 내년 완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해당 사업이 엎어질 경우 SK이노의 피해는 막대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문제가 얽혀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점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SK이노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두 차례 걸쳐 두 달 넘게 미루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례적 행보가 계속되면서 ITC가 예비판결을 뒤집을 명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ITC는 SK이노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SK는 배터리 셀·모듈·팩·부품 등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길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 LG화학 쪽으로 기우는 듯 했던 판결은 ITC가 2달 뒤 “예비판결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뒤집어졌다. 양사의 소송전은 그동안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이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