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멕시코와의 평가전은 거의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우리가 밀린 경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에 빛나는 멕시코는,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16강을 자랑하는 북중미의 터줏대감은 확실히 내공이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모든 것이 멕시코의 우위였고 결과적으로 후반 21분부터 4분 사이 무려 3골을 허용해 패한 경기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느 시점까지는 경기에 긴장감이 유지됐는데, 한국의 에이스를 넘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톱클래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손흥민(28)의 공이 컸다. 일당백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존재감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5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비너노이트슈타트의 비너노이트튜타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대표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애초 예정됐던 킥오프 4시간 전에서야 성사 여부가 최종 확정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출발한 경기다. 확진 판정을 받은 6명이 뛸 수 없는 것을 비롯해 정신적으로도 뒤숭숭했다.
동시에 상대는 확실히 강했다. 멕시코는 경기 시작부터 아주 수준 높은 압박과 조직적인 공수 전환을 통해 한국을 괴롭혔다. 초반부터 완벽히 휘둘렸는데, 우리의 첫 번째 공격에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0분 왼쪽 측면을 허물어뜨린 손흥민이 왼발로 기막힌 크로스를 문전으로 붙였고 쇄도하던 황의조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멕시코 골문을 열었다.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황의조가 이날 첫 크로스와 첫 슈팅과 첫 골을 합작했다. 특히 '택배' 수준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한 손흥민의 지분이 큰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숨길 수 없는 '월클 레벨' 플레이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전반 29분 측면 돌파 시에는 상대 수비 3~4명이 동시에 달려들어 전개가 여의치 않게 되자 영리하게 코너킥으로 유도했다. 동시에 호흡이 다소 아쉽던 왼쪽 측면 이주용을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의견을 나누던 모습에서는 리더의 품격도 읽혔다.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전반 36분, 손흥민은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부드러운 터치로 잡아내 오른쪽 공간에서 공을 완벽하게 소유해냈고 이어 반대편의 이주용을 향하 오른발 크로스를 연결해 또 결정적인 찬스의 단초 역할을 했다. 이주용의 이어진 크로스가 조금만 더 정확했다면 황의조가 다시 추가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상황이다.
언급한 장면 모두 간결하고 수준 높은 터치에서 나왔다. 전체적으로 멕시코가 경기를 지배했고 때문에 한국은 많은 시간 수비에 할애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손흥민 역시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상대를 막는 통에 토트넘에서와는 다른 형태의 플레이를 펼쳐야했으나 순간순간 번뜩이는 클래스는 숨겨지지 않았다.
후반 초반에도 '월클' 감각이 잇따라 나왔다. 비록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후반 13분 손흥민이 상대 패스를 차단하자마자 곧바로 전방의 황의조를 보고 내주던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는 일품이었다. 그리고 1분 뒤에는 더 완벽한 패스 타이밍으로 일대일 찬스를 기어이 만들어줬는데, 황의조의 슈팅이 골키퍼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비록 후반 21분부터 4분 사이 홀린 듯 3골을 거푸 내주면서 경기가 멕시코 쪽으로 크게 기울어졌으나 그 이전까지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손흥민을 축으로 하는 역습의 날카로움이 살아 있었던 까닭이다.
2년 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멕시코를 상대(1-2 패)할 때와는 또 달라진 손흥민이다. 1년 전 마지막 국대 경기와도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일당백 손흥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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