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TV의 인기가 뜨겁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가전기업이 전세계 TV 시장의 절반을 독식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 후발주자인 중국과 원조 명가인 일본이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기술 격차를 좁히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차별화된 혁신기술로 기존의 TV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후발주자와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판매 TV 2대 중 1대는 한국산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어난 6286만5000대로 역대 3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281억5300만달러어치를 판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이른바 ‘펜트업’ 효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TV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1485만대, 93억1563만달러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수량 기준으로 39%, 금액 기준으로 22% 늘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33.1%, 출하량 기준으로는 23.6%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판매된 TV의 3분의 1을 삼성전자가 차지한 셈이다.


LG전자도 선전했다. LG전자는 매출액 기준 16.6%의 점유율로 소니(10.1%)와 중국의 TCL·하이센스(각 7.3%)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한 한국 TV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49.7%로 글로벌 전체 TV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사실상 전세계에 판매되는 TV 두대 중 한대는 한국 제품인 셈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출하량 기준으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한 한국 TV의 점유율은 지난 2분기 28.7%에서 3분기 35.3%로 오르며 중국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지난 2분기엔 28.7%로 중국(38%)에 크게 뒤처졌으나 1분기 만에 다시 왕좌를 되찾은 것이다.
그동안의 추이를 보면 한국 TV는 출하량 기준으로는 중국에 뒤처질 때도 있지만 금액기준으로는 항상 중국을 크게 앞선다. 판매 대수에 비해 거둬들이는 이익이 높다는 점은 프리미엄 TV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3분기 QLED와 OLED 부문에서 후발주자들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LCD TV인 QLED 진영을, LG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진영을 이끄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3분기 QLED TV 출하량은 233만1000대로 전체 QLED TV 출하량(276만대)의 84%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 QLED TV의 누적 판매 대수는 504만대로 지난해 1년간 전체 판매 대수(532만대)와 맞먹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LG전자의 OLED TV 출하량은 50만대로 전체 OLED TV 가운데 53%가량을 차지했다.

기술 초격차 확보 나선 한국 TV

한국 TV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따라잡기 위한 중국과 일본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의 경우 LCD 분야 점유율을 큰 폭으로 확대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의 LCD 점유율은 지난해 47.8%에서 올해 56.9%로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이 수성했던 LCD 시장의 패권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일본 역시 소니를 중심으로 OLED TV 분야에 집중하며 브라운관 TV 시절의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화질이나 폼팩터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 등 기술 면에선 중국과 일본이 한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8K 화질과 관련해 “8K 칩이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칩을 만들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린다”며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최소 2년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역시 “중국 제품과 화질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 차이를 점점 벌려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전자의 경우 TV에 사용되는 대형 OLED 패널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화면이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를 출시하며 경쟁사와는 차별화되는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R / 사진=LG전자
일본의 샤프가 지난해 말 롤러블 TV를 공개한 바 있지만 크기가 30인치에 불과했다. LG전자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롤러블 TV가 65인치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TV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와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샤프의 롤러블 TV는 접고 펴는 과정에서 화면이 팽팽하게 고정되지 못한 채 흔들리고 구부러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혹평을 받기도 했다. 반면 LG전자는 롤러블 TV를 시작으로 OLED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차세대 TV 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도 LCD 시장에서 철수하고 마이크로LED와 QD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통해 TV 시장의 왕좌를 지킬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업체는 LCD에서 철수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며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TV 시장에서의 확고한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