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반대 이유는 전문성 침해의 문제도 있지만 감정평가법인 등기이사에 중앙부처인 국토부나 한국감정원·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출신 고위직이 퇴직 후 낙하산으로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부가 허용한 외부 등기이사 비율은 경영진의 30%. 이는 독립성을 중시하는 감정평가법인의 경영권 침해 위험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국토부 정책에 협조하기로 밝힌 협회의 주장을 보면 현행법상 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는 자격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원·등기이사만 제한돼 있다. 이번 법안에선 비자격사의 대표이사 선임을 제한해 오히려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감정평가법인 주식 소유 문제는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관련이 있다. 자격사가 아닌 사람이 경영권을 가질 경우 사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의 감정평가서 조작 등이 가능해진다. 즉 이해충돌의 문제다. 개정안에선 또 감정평가법인 사원·등기이사가 2개 이상의 법인(같은 법인의 사무소 포함)에 소속되거나 출자를 못하도록 금지해 복수 감정 시 이해충돌의 소지도 막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행 주식회사 제도에서 주주가 주식 지분을 소유해 법인을 장악할 우려가 있는데 비자격사의 대표이사 금지와 주식소유 제한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전반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법안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비자격사의 대표이사 금지와 주식소유 제한만 하면 되는데 사원·등기이사를 허용한 건 무슨 이유일까.
이에 대해 협회와 국토부는 국내 자격사의 모든 분야가 산업구조 복잡성과 고도화로 인해 전문성 부재를 겪고 있고 전문분야의 경력자 채용을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감정평가는 부동산뿐 아니라 기술·특허·기계·가축·자동차·미술품 등 모든 재산에 대해 이뤄진다. 이를테면 미술품 등 특수분야의 감정평가에선 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은 큐레이터 등이 전문가로 채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보이지만 공직자 출신 인사에 대한 재취업 제한 규정이 없는 것은 문제다. 대표이사 자리를 돌려받고 사원·등기이사 자리를 내주겠다고 ‘딜’을 한 것은 아닌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등의 퇴직 인사는 민간업체 재취업 시 심사를 받는데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감정평가법인 등기이사직은 국토부 고위직 출신에게 메리트가 없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지만 그건 앞으로 재취업이 이뤄지는지 두고 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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