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2/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하는 동시에 나온 추 장관의 사퇴 카드를 통해, 장시간을 끌어온 '추-윤 갈등' 사태의 종결 수순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찾아 이날 새벽 마무리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 결과를 대면보고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에 따르면 추 장과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했고, 추 장관이 보고 과정에서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와 여권에서 윤 총장 징계를 마무리한 뒤 추 장관도 추가 개각을 통해 교체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과정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추 장관도 윤 총장과의 갈등이 국정 현안으로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정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문 대통령의 개각 단행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초유의 징계 사태를 둘러싼 역풍을 감안했을 때도 바람직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결단'으로 높이 평가하고, 청와대가 브리핑을 통해 이를 즉각 공개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역시 추 장관의 사의 표명 판단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대통령이 국무위원의 사의 표명을 반려할 경우 이를 공표하지는 않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의 그간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 사실상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명분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3개국 순방을 위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할 당시 환송을 나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한편으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에 대해 거듭 비판함에 따라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나타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2021년 7월24일까지로, 정직 2개월을 감안해도 약 5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더구나 윤 총장은 이번 징계 결과에 대해 '법적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 장관의 자진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동시에 윤 총장에게도 '동반 사퇴'를 권유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앞으로 숙고해 수용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다소 여지를 남긴 것도, 윤 총장의 향후 결단 여부에 따라 추 장관의 사퇴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통해 윤 총장 거취 결단까지 간접 촉구하는 방식으로 '추-윤 갈등' 사태 매듭을 의도한 것이라고 해도, 윤 총장이 끝내 자리를 유지하면서 징계에 불복할 경우, 의도했던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의 사의 표명 배경과 관련, "중요한 개혁입법이 완수가 됐고, (본인이) 아마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하신 것으로 사료된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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