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수행하는 분양보증 업무의 독점보다 우려되는 문제는 ‘시장의 무분별한 민간개방’이란 지적이 나온다. 분양보증제도는 분양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목적인데 민간건설업체가 조합을 설립해 직접 보증업무를 수행할 경우 이해 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를 낮추려고 하고 민간조합은 높은 분양가에 보증을 승인해줄 경우 사업자는 민간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때 증액된 분양가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건 분양자 즉 소비자다.
또 다른 논란도 있다. 업계 개방을 앞두고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다름 아닌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다. 국토교통부 전신인 건설교통부 출신의 ‘건피아’(건교부 마피아)로 불리는 전직 관료가 원장대행과 이사장으로 있는 민간연구기관에서 조합 설립에 관여하며 국토부와 충돌하는 양상까지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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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공제조합 다시 세우는 이유는?━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6월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내년 7월1일 조합 출범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1993년 만들어진 주택사업공제조합은 외환위기 때 건설업체의 무더기 도산으로 소비자 피해를 양산했고 정부 출연과 건설회사 감자를 통해 1999년 대한주택보증으로 전환 설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미 한차례 기업의 파산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만큼 우려가 큰 상황.하지만 협회 산하 연구기관인 주산연은 12월10일 ‘주택사업공제조합 설립방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분양보증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도시계획학 박사)은 “정부가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고어느 쪽에 어떻게 개방하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부터 했다”며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는 주택분야에 왜 공제조합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조합을 설치해 달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초기 3년 정도 공적 기능을 하는 HUG와 협업하고 민간기능을 보강할 수 있도록 단계적 개방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산연 조사 결과 조합이 필요하다는 사업자는 응답자의 90%였다. 김 실장은 과거 조합의 실패에 대해선 “설립 초기 3~5년이 필요하고 5년이 지나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산연 분석에 따르면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할 경우 보증 수수료는 현재 HUG 대비 ▲주택 분양보증 43% ▲주택 임대보증 41% ▲조합주택 시공보증 78% 정도의 인하 여력이 있다. 김 실장은 “이 수치는 시뮬레이션일 뿐이지만 보증 수수료가 조금이라도 낮아진다면 국민들이 더 싼 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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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민간 개방해도 조합은 안 돼”(?)━
정부는 이 같은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성수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과도한 보증 수수료 논란이 있는데 HUG가 외환위기 때 2조6000억원의 대위변제를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2조4000억원을 변제했다”며 “이는 시장 충격에 대비해 보증 수수료를 적립하는 금융기관의 적립금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그는 “그럼에도 2004년 이후 9차례 보증 수수료를 인하했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7월1일 후 다시 50% 추가 인하를 했다”며 “재무여건을 고려해 내년에도 보증료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근 국토부가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업계의 불만과 건의사항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한 과장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선 고분양가 심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2016년 8월 시행 이후 4년 동안 깜깜이 심사와 갑질 논란 등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민간조합 설립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 과장은 “조합 설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있다”며 “조합원의 소중한 출자자금으로 조성되는 만큼 완전한 사적 자치 영역이 아니고 분양자의 재산을 보호해주는 공적 기능이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작동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사업자=심사자라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출자자인 회원사가 과도한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 조합이 이를 거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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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피아 주도… 성희롱 해임자 참여 논란━
협회가 조합 설립 추진과 분양보증시장 진출을 시도하며 산하 연구원인 주산연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세간의 뒷말도 많다. 현재 주산연 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이는 과거 여직원 성희롱 발언으로 한국감정원장직에서 해임된 서종대씨다. 민간이라고 해도 국토부 산하기관이 공동 출연해 설립한 연구기관에 성희롱 사건으로 물러난 전직 관료가 사실상 수장 역할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었다.그는 2017년 2월 한국감정원장 해임 후 2018년 8월 주산연 원장 단독 후보로 올랐다가 당시 국토부와 국회까지 나서 반대한 끝에 내정이 철회됐다. 하지만 올 3월 슬그머니 임시대표로 취임했다.
연구원 이사장 역시 건교부 장·차관을 지낸 추병직씨다. 두 사람 모두 국토부 전신인 건교부에서 주택정책을 수행하는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하지만 성희롱 가해로 해임까지 됐던 전직 관료가 민간 연구기관 대표를 수행하며 이를 눈감아준 것도 모자라 공공성이 중시되는 분양보증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는 적정성 논란이 있다.
분양보증업무와 관련 주택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실 관계자는 “인사청문을 받는 자리가 아니니 개인사를 언급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당연히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을 내세울 순 있겠지만 성추문으로 물러난 전직 관료이자 공공기관 수장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양보증시장에 관여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추 이사장은 “협회 산하 연구기관으로서 이번 연구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선 “제도 개선 과정에 일부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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