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도소 내 주삿바늘 재사용' 관련 진정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도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도소 내 주삿바늘 재사용' 관련 진정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도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구금시설 내 일회용 주삿바늘 재사용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진정 사건 관련 교도소 내 주삿바늘 재사용이 의료법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진정 사건 내용이 범죄 행위에 해당하거나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검찰총장에게 관련 내용을 고발할 수 있다.
고발을 접수한 검찰총장 등은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종결하고 그 결과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
다만 인권위는 이 진정 사건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하는 대신 법무부장관 등에게 주의 및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하는 데에 그쳤다.

앞서 진정인은 당뇨가 있어 매일 란투스(펜형 인슐린 주사기)를 투약 중인데 교도소 측이 주삿바늘을 교체하지 않고 재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인은 "투약 시 통증이 있고 바늘이 휘어있는 등의 문제가 있어 교체를 요청하면 그때만 바꿔줄 뿐 계속 주삿바늘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권위의 조사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조사 결과 교도소 측이 진정인에게 주삿바늘을 재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이 같은 행위는 의료법 4조 6항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의료인이 직접 일회용 주삿바늘을 재사용해 투약한 것이 아니라 주사기를 동일 환자에게 지급만 하고 환자가 직접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투약이 이뤄졌다고 해도 이는 환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나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인권위 판단이었다.


인권위는 최종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등 전문가의 판단을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냈지만 고발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5조(고발 및 징계권고)는 '인권위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진정의 내용이 범죄 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검찰총장에게 그 내용을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이 교도소 측에 주의 조치를 하고, 전국 교도소의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 실태를 점검해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교도소장에게는 "각 의약품의 사용 및 보관 방법에 대해 재확인하고 수용자 의약품 관리 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며 "일회용 의료용품이 재사용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다만 인권위 관계자는 고발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결정문에 담긴 내용이 인권위의 입장"이라고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