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도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는 여러 숙제를 남겼다.
올해 최우선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잘 유통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으로 만든 백신이라도 유통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벗어나면 무용지물이다. 다양한 백신 확보도 중요하지만 뒷감당해야 될 일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선 ‘콜드체인’을 어떻게 관리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코로나 백신 별로 적정 온도와 운송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져 유통·보관 부주의에 의한 부작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정밀한 유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발족해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콜드체인을 구축할 시간과 이를 교육할 전문가가 적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콜드체인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콜드체인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해 불거진 신성약품 독감백신 사태 때문에 주목받자 이제야 관심을 조금 갖는 수준”이라며 “콜드체인은 용기·창고·차량 등 외부 변수보다 실무자의 해이·착각·예측 실패·미숙련 등 사람 관련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 전문 교육이 필요하지만 정부엔 이와 관련된 담당자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과 국내의 콜드체인 기술력 차이는 호텔 레스토랑과 동네 분식점 수준”이라며 “백신은 당장 2월에 도입되는데 이제야 ‘추진단’이 만들어졌다.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된다. 지난해부터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백신 유통에 뛰어든 기업은 관련 업계와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투자를 통해 접점을 마련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듯하다. ▲적절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저장용기 ▲ 차량에 백신을 적재하는 방법·배송 절차·차량 고장 등 비상시 대처법 등 솔루션 ▲실시간으로 백신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창고·차량 등 3가지 전제조건이 부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관련 사고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백신 유통·보관 현장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보고하고 책임을 과하게 묻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실무자의 과실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자에게 총대를 메게 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이른바 ‘총대책임제’를 적용하면 두려움 때문에 실수를 보고하지 않을 수 있다. 제2의 신성약품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전거지감(前車之鑑). 앞의 실패를 거울로 삼는다는 의미다. 우리는 신성약품 사태에서 “아무리 좋은 백신이라도 좋은 유통망 없이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실패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방역당국과 업계는 콜드체인 곳곳에 잠재돼있는 사고의 위험요소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야별로 로드맵을 세워 취약점을 꼼꼼히 개선해야 한다.

콜드체인이 한반도에 새로운 봄을 열어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