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씨젠 등 코스닥 주요 기업은 지난해 최고치에 비해 주가가 절반가량 떨어졌다. 씨젠은 주가 반등 기회를 잡기 위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기업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했지만 양적 성과가 무색할 만큼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업체 중 하나인 솔젠트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상장사인 EDGC와 비상장 자회사인 솔젠트 전직 대표 간 분쟁이 한층 거칠어지고 있기 때문. 잘 나가던 K-진단키트 업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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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면 진단키트도 안 팔린다… 주가 반토막━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했던 씨젠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1월11일 씨젠의 주가는 17만9000원으로 지난해 장중최고치(지난해 8월10일 32만2200원)에 비해 주가가 44.23% 떨어졌다.
지난해 코로나 시기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 1순위로 떠오른 종목이 단연 씨젠이었던 만큼 주주의 불만이 커졌다. 실제 실적으로 주가가 10배 오른 종목은 씨젠이 유일하기 때문. 지난해 씨젠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6532억원으로 2019년(224억원)보다 2816배 늘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2689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바이오기업 10곳을 모두 포함해도 셀트리온(764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영업이익이 높다.
하지만 씨젠을 향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치료제 보급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단기간에 회사가 급성장하고 주가가 폭등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요인이다. 씨젠이 지속성장할 수 있을지 전문가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기업 에프앤가이드도 올해 씨젠의 영업이익을 672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2022년에는 5184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당분간 주가 요동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자 씨젠 소액주주가 참다못해 회사를 상대로 주가 부양책 마련을 요구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주주들은 “여전히 코로나 확산세가 큰 상황에서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는데도 주가 방어 등 회사의 적극적인 행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씨젠 소액주주는 지난 8일 임시주총 소집 요청 공문을 회사에 보내 3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발행 예정 주식 총수를 기존 5000만주에서 2억주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에 관한 안건을 심의·의결 요청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 선임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 등이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5일부터 주주 카페를 통해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참여할 주주를 모았다. 상법 제366조 1항에 따라 발행 주식 총수의 3% 이상 모아야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3주 동안 소액주주 1092명이 모였으며 보유 주식 수는 108만969주였다. 회사 발행주식 총수 대비 약 4.12%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주식은 확보했다. 의결권 위임은 현재 진행 중이며 최대한 많은 주식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씨젠은 소액주주와의 소통을 통해 적절한 경영정책을 세우겠단 입장이다. 씨젠 관계자는 “12일 오후 4시경 임시주총 소집 요구 공문을 받아 검토 중이다. 소액주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다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회사의 계획과 단기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주주 간의 입장 차는 좁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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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의 이면… 경영권 분쟁에 투자심리 위축━
솔젠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백신·치료제 보급이 진단키트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 솔젠트의 모기업이자 유전체 진단업체 EDGC의 주가는 지난해 3월31일 장중 상한가 2만3850원까지 기록했지만 2021년 1월11일 9740원으로 59.16%나 쪼그라들었다.
솔젠트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1·2대 주주는 EDGC와 WFA투자조합이다. EDGC는 솔젠트 지분의 22.9%를, WFA투자조합은 지분 11.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솔젠트는 현재 유재형·이명희 전 EDGC 임원이 수장으로 있다.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 탓에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기업에 대한 작은 루머나 추측이 나와도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증권가에는 “국내 대기업이 WFA조합과 함께 솔젠트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지라시(사설정보지)가 퍼지자 솔젠트는 곧바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솔젠트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다음달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지난 13일 예정돼있던 임시 주주총회가 2월4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법원이 석도수 전 대표가 제기한 주장을 일부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솔젠트는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주주 요구사항인 연내 직상장·주주가치 증대·경영정상화 등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전날 대전지방법원은 당초 예정된 주주총회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 임시 주총을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
솔젠트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로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회사의 몸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솔젠트는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로 대박 난 대표적인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씨젠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사용 중이다.
솔젠트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 추정치는 각각 1000억원, 700억원. 전통제약사 연매출 1위 유한양행의 2019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879억원인 것을 미뤄보면 솔젠트의 호실적이 경영권 분쟁을 유발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솔젠트는 코로나 전까지 매출이나 인지도가 낮아 업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코로나 진단키트로 지난해부터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회사가치가 급등하자 대주주가 경영권 확보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DGC와 WFA투자조합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8월 솔젠트 이사회에서 석도수 솔젠트 공동대표에 대한 해임을 의결하면서부터다. 마침 솔젠트가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과 기업 실적에서 성과를 보여 투자업계의 관심을 받은 시기와 일치한다.
솔젠트 이사회는 석 공동대표를 배임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경영에서 배제했다. 이에 석 전 공동대표는 솔젠트 소액주주를 결집해 반격에 나섰다. EDGC가 별다른 경영실적이 없던 솔젠트의 실적 향상 후 경영권을 독점하기 위해 석 공동대표를 쫓아낸 것이라고 주장. EDGC 측은 “석 공동대표의 배임혐의에 대해 정확히 밝힐 수 없지만 회사 성장을 위해 해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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