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는 VR 세계에서 사랑에 빠진 대니와 칼의 이야기를 담았다. VR 격투 게임인 ‘스트라이킹 바이퍼’는 전용 기기 착용 시 이용자가 게임 캐릭터에 빙의돼 상대방을 때렸을 때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현실과 착각하게 만드는 VR 세계의 정교함에 두 사람 사이에 사랑도 싹튼다.
#.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영화 ‘클루리스’의 주인공 세어는 매일 아침 컴퓨터를 통해 인형놀이를 하듯 옷을 입어본다. 옷의 데이터가 업로드된 컴퓨터는 AR기술을 활용해 세어가 선택만 하면 가상으로 옷을 착용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들이다.
하지만 두 기술은 여전히 대중에게 낯설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현실의 대중은 VR과 AR의 차이도 명확히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강렬한 인식을 남길 ‘킬러콘텐츠’가 부재했던 탓이다. AR 하면 아직까지 출시된 지 4년도 더 지난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을 떠올리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사가 돌연 VR·AR 킬러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겠다며 나섰다. 콘텐츠 사업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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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제발 가입해줘 ㅠㅠ”…VR·AR 콘텐츠로 가입자 유치 나선 이통사들━
한때 VR은 고가의 취미로 분류됐다. VR 체험을 위해 필요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헤드셋(Head Mounted Display, HMD)의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HMD의 가격이 20~40만원 선으로 낮아지면서 진입 문턱도 낮아졌다. 가볍게 체험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만원 이하의 가격에도 구입할 수 있다. 구글의 조립형 VR HMD인 ‘카드보드’나 다이소의 ‘가상현실 VR 글라스’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용자로 하여금 VR HMD의 구매욕구를 느끼게 할 만한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VR HMD의 가격 자체도 낮아졌지만 이통사나 제조사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 사은품으로 HMD를 많이 증정해 가정 보급률이 높아졌다”면서도 “다만 활용도가 낮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킬러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니즈는 뜻밖에도 이통사와 일맥상통했다. 이통사 역시 5G 가입자를 유치할 킬러콘텐츠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LTE 시장에서의 킬러콘텐츠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 기반 서비스였다. 동영상이 태동하면서 이를 원활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욕구가 소비자를 LTE 가입으로 이끌었다”며 “LTE에선 끊기니 5G를 가입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에 VR·AR 시장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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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시력검사도 받는다? ‘우리오빠’와 랜선 데이트도━
이통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VR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VR 콘텐츠 시장에서의 파이를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VR콘텐츠 면에서 이렇다 할 차별성을 갖지 못했다. 자사 VR플랫폼 ‘점프 VR’에 40개국의 해외여행 영상과 유명 가수의 공연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타사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없다.
대신 SK텔레콤은 VR HMD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북과의 협업에 나섰다. 최근 페이스북이 출시한 VR HMD ‘오큘러스 퀘스트2’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을 뿐더러 추후 자사 VR 콘텐츠를 해당 기기에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고퀄리티 VR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KT는 재활 프로그램 등 이용자의 삶의 질을 높일 ‘VR 의료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VR HMD를 착용한 환자가 가상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활용해 망치질을 하거나 블록을 쌓으면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이나 신호 체계가 자극을 받아 환자의 손과 팔을 비롯한 상지 운동력이 향상된다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에는 눈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하는 VR 서비스 ‘아이 닥터 라이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용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도 ▲시력 ▲색맹 ▲난시 ▲황반변성 등 총 6가지의 안과 검사를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전부터 실감 나는 VR 콘텐츠로 주목 받았다. 이른바 ‘우리오빠’ 차은우가 옆에서 남자친구처럼 담요를 덮어주는 등 입체감 있는 VR 연애시뮬레이션 콘텐츠로 팬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과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VR 콘텐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세계 첫 5G 콘텐츠 연합체인 ‘XR 얼라이언스’를 꾸려 VR의 강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돌입했다. XR 얼라이언스의 첫 결과물인 VR 다큐멘터리 ‘우주모험가들: 우주정거장 경험’(Space Explorers: The ISS Experience)엔 96억원을 투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NASA와 손잡고 우주 비행사에 VR카메라로 촬영을 부탁해 찍은 다큐멘터리"라며 "눈앞에서 '무중력 식사'를 즐기는 비행사들의 모습과 발 아래 펼쳐지는 지구의 전경이 실제 우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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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이야긴 줄 알았는데… 걸어가도 누워도 화면이 따라오네~━
2016년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AR은 최근엔 ‘소셜 AR’(Social AR)로 대중에 익숙한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소셜 AR은 ▲페이스북의 AR 카메라 효과(AR Camera Effects) ▲인스타그램의 AR 필터(AR Filters) 등 다채로운 모션을 가진 캐릭터를 사진이나 동영상에 삽입할 수 있는 기능이다.
SK텔레콤도 AR캐릭터로 구현된 유명 셀럽을 소환해 함께 사진 혹은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AR 플랫폼 ‘점프 AR’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컵라면 뚜껑을 자사 AR 플랫폼인 ‘U+AR’ 내 카메라로 촬영하면 라면이 익는 시간 동안 짧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알려진 AR 기술은 빙산의 일각이다. 앞으로도 AR기술은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발 비용 부담이 큰데다가 이 같은 비용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기술은 VR에서 AR로 발전할 것”이라며 “다만 실제 공간에 가상영상을 덧씌우는 AR은 기술 개발에 필요한 비용이 더 크다. 이를테면 아이돌 공연을 콘텐츠로 제작한다 해도 VR은 무대장치를 가상으로 구현하면 되지만 AR은 실제 무대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원거리 협업이 필요한 일부 기업은 이미 업무현장에서 제한적 정보만 표시되는 종이 매뉴얼을 대신해 다각도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AR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LG유플러스가 지난해 8월 AR 웨어러블 기기 ‘U+리얼글래스’를 선보였다. 출고가는 69만9000원이다. ‘U+리얼글래스’를 안경을 쓰듯 착용한 후 스마트폰을 통해 특정 앱을 구동하면 이용자를 둘러싼 360도 공간에 해당 앱의 화면이 켜진다. 화면 배치와 크기 조정 또한 자유롭다. 누워서도 걸어가면서도 바로 눈앞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여러 앱을 동시에 열어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터치스크린을 개발 중이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뜬 화면을 재배치하고 크기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며 “디자인 면에서도 개선될 예정이다. 버스나 지하철에 이런 선글라스를 쓰고 나갈 순 없지 않나. 먼 미래에는 안구에 직접 착용하는 AR렌즈도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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