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압둘라지즈 카미로프 우즈베키스탄 외무장관과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다음 주 한국을 찾는다.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다. '바이든호' 출범 후 한반도 주변국 간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외교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수행차 지난 2013년 11월 방한한 이후 8년만이다. 또한 단독 방한으로는 2009년 4월 남북한 연계방문 이후 12년만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오는 25일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다. 주요 의제는 Δ양국 관계 Δ한반도 문제 Δ실질 협력 Δ국제현안 등이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한 시점을 두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세력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의 방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브로프 장관이 오는 22~23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한 뒤 곧바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이에 앞서 왕 국무위원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함께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미중 고위급 회담을 했다.

이번 중러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미중 고위급 회담 내용을 공유하고 미국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고, 한국에서는 중러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난 17일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해 각각 1박2일, 2박3일 머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 한 상황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방한 외교 시간표는 다분히 의도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동맹국을 중심으로 대(對) 중국 견제 전선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조짐이 감지되는 만큼, 일종의 '견제구' 또는 '탐색전' 성격이 짙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웅현 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는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한국 여론의 추이를 자국에 전달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바뀌면서 정책도 따라 변화했고, '한국의 추'가 미국 쪽으로 더욱 기울여 지고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미사일망' 구축 움직임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1987년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탈퇴했다. 이에 미사일 개발에서 자유로워졌고, 현재는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쿠릴열도~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에 대중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련의 구상에 한국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이 동북아시아 또는 유럽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는 한미가 동맹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번 방한에서 자신들의 몇 가지 관심사를 제시할 수도 있다. 특히 중거리 미사일은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가 생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에 대한 '세일즈 외교'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달 8일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은 변이나 공급 이슈 등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로 (백신을) 확보하는 필요성 그리고 내용에 대해 계속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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