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 제품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추락을 시작한 제약·바이오산업 이미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사진=머니S 편집부

2019년 미국에서 믿기 힘든 소식이 날아왔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에 대한 미국 임상3상 시험 과정에서 국내 허가와 다른 내용이 드러났다. 코오롱생과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3상을 위해 자체 실시한 STR(Short Tandem Repeat·유전학적 계통 검사) 시험에서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진 것이다.

당시 코오롱생과 측은 “이름만 몰랐을 뿐 임상시험이나 상업화 판매 시에는 똑같은 세포 물질이 사용됐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은 물론 제품 개발 15년이 넘도록 세포주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왜 국내에선 알지 못했는지 의구심을 낳았다. 
법원 “식약처, 인보사 개발과정 등 검증 부족했다” 지적
법원은 코오롱생과 임원들이 주성분이 바뀐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식약처의 안일한 행정처리를 꼬집었다. 법원은 ‘식약처가 인보사 정보를 파악하는데 충실한 심사를 다했다는 점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못했고 품목허가 및 개발 초기 과정에서 검증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국산신약 '인보사' 주성분이 바뀐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사진=뉴스1.
인보사 사건이 있었던 2019년 식약처는 ‘기업의 자료 조작 문제’라며 기업 책임론으로 일관했다. 이런 식약처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2년이 흐른 지금 법원이 식약처의 안일한 신약 허가 시스템을 꼬집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인보사 사태는 한국의 부실한 신약 허가 제도를 전 세계에 ‘셀프 홍보’한 사건이었다. 한 기업의 일탈로 국산신약 신뢰도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이를 심사하고 관리해야 하는 식약처 위상에도 물음표가 던져졌다.
2년이 흐른 지금 식약처의 신약 허가, 특히 문제가 됐던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허가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단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새롭게 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세포와 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한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의를 시작으로 ▲정부의 지원 및 관리 계획 수립 기준 ▲연구 시행 의료기관의 자격 및 기준 ▲첨단재생의료 시행 전 심의 절차 ▲인체세포 처리시설 기준 ▲안전관리 등의 항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론 ▲첨단재생의료안전관리기관 설치와 역할 ▲장기추적조사 기준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 허가 기준 및 평가 절차 ▲임상승인 요건 ▲취급 기준도 포함됐다.
식약처는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는 물론 허가·심사역량을 높이는 한편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전 주기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 이후에도 리아백스나 유토마 외용액 등 국산신약 스캔들로 식약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결과적으로 임상3상 실시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허가 제품 등이 제대로 환자에 사용되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점에서 식약처 심사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천태만상’ 메디톡스… 무허가 원액 사용·안정성 자료 조작
인보사 사태 1년이 흐름 시점에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메디톡스가 안정성 자료를 임의 조작해 식약처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부실한 국내 의약품 관리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산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메디톡스의 주력 품목은 태국 등으로의 수출길마저 막혔다.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 사용, 국가출하승인제도 위반 등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메디톡신 등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사진=뉴스1
메디톡스 전 직원 제보를 통해 메디톡스의 비도덕적 행위가 알려졌다. 그는 ▲무허가원료 사용 ▲역가 허위기재 ▲안정성 자료 허위 제출 등을 고발했다. 해당 제보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약사법, 표시기재, 국가출하승인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정을 위반했다.
식약처는 이번에도 사후약방문을 재현했다. 메디톡스 주력 제품인 메디톡스와 이노톡스 등 전 제품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는 엄격한 처벌을 단행했다. 현재는 메디톡스 측이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져 허가 취소는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국회는 제2 메디톡스 사태 방지를 위해 ‘거짓·부정 국가출하승인 의약품 허가 취소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은 의약품의 허가 취소는 물론 앞으로 5년간 동일 제품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랜 기간 보툴리눔톡신제제 업계의 관행이었던 수출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경우 중국 수출을 위해 국내 도매업체와 톡신 판매계약을 했고 이 업체가 수출을 담당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가출하승인 없이 톡신 제품이 국내에 유통된 게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수출용은 국가출하승인 면제 조항이 적용돼 국가의 추가 승인 없이 수출 가능하다. 메디톡스는 이를 악용해 일부 수출용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기도 했다는 게 관계자들 주장이다.

이처럼 중국시장에는 정식 허가된 국내 보툴리눔톡신제제가 없지만 메디톡스를 비롯해 국내 업체의 수출 실적이 꾸준히 발생했다. 사실상 메디톡스 사례는 업계 관행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식약처는 “관용은 없다”는 입장과 함께 ▲휴젤 ▲휴온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휴젤과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정상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메디톡스 외 다른 업체가 국가출하승인 등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있다면 이는 명백히 업체 잘못”이라면서도 “다만 허가기관의 단호한 ‘무관용 원칙’도 좋지만 문제가 발생하고 난 이후 후속 대책에만 급급한 모습보다는 사전에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이 보완·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