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기차로 3시간이 걸렸지만 '제2의 반도체'로 떠오른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양극재를 본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국내 언론에 양극재 공장 내부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안전모와 장갑,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 내부는 예상대로 후끈했다. 공장동을 빼곡히 채운 설비들은 바삐 움직이며 양극재를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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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재 생산 핵심 '소성공정'━
눈앞에는 브라우니처럼 생긴 양극재가 소성공정을 거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이는 전구체와 리튬을 혼합한 원료로 정사각형의 규격화된 틀에 찍힌 상태였다. 이 원료들은 60m 길이의 소성로를 지나며 열을 쐰다. 파우더 형태의 원료들은 밀도가 높아지면서 단단해진다.
정대헌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이 소성공정을 양극재 생산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차량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나 배터리 제조사의 경우 배터리 원가를 낮춰야 전기차가 디젤과 경쟁이 된다고 본다"며 "소송로에 얼마나 많은 원료들을 넣고 생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대비 생산성을 2배 이상 늘리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소성공정을 거친 양극재는 7층 높이로 쏘아 올려진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기로 이송되는 것이다. 이후 ▲해쇄 ▲코팅 ▲열처리 등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고객사들이 원하는 크기의 양극재로 탄생하게 된다.
제품 출하장에는 양극재가 750kg씩 담긴 연두색 포장지들이 줄지어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폴란드 배터리 제조사에 납품할 물량이다. 이렇게 원료 투입부터 생산까지는 48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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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초 '에어슈팅' 도입으로 생산 효율성 91% ↑━
공장은 24시간 가동된다는 데 정작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이 무인화다"라고 말하는 이상영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 공장장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 찼다. 정비나 원료 관리 등에만 필수 인력이 투입되고 대부분 시설은 자동으로 돌아간다. 광양공장 직원 수도 80명에 그친다.
12대의 무인운반지게차는 포크에 실린 반제품을 정해진 선반에 자동으로 내려놓고 또 다른 짐을 포크에 싣고 공장 사이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기계였지만 기자보다 더 듬직해 보였다. 이상영 공장장은 "센서를 통해 원료, 반제품의 공정간 이동의 움직임을 시스템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이 샘플 분석을 하기 위해 200~300m 떨어진 제조 라인에 갈 필요도 없다. 제조 공장에서 채취한 제품 샘플은 노란 캡슐에 담고 파이프라인에 넣으면 초당 5m의 속도로 분석실에 도착한다. 이는 업계 최초로 도입된 '에어슈팅'이다. 연구원들은 샘플 성분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하고 공정과 품질 개선에 활용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연간 9만톤의 양극재 샘플을 자체 검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핵심설비인 소성로 내부 배열을 개선하고 시간당 가공량을 늘렸다. 그 결과 양극재 광양공장의 생산 효율성은 건설 초기인 2018년 보다 91% 이상 높아졌다. 이 모든 공정과 자동화 시스템은 통합운전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양극재 공장 바로 옆에는 건물을 세우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설 노동자들은 건물의 뼈대가 세워진 내부로 연신 철근을 옮기고 작업을 하느라 바빠 보였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공장 3단계, 4단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의 생산 능력은 연 3만톤이다. 3단계는 오는 2022년 2월, 4단계는 같은해 5월 완공이 목표다.
전기차가 미래차로 각광받으면서 고객사들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포스코케미칼은 연간 1만톤 규모의 구미공장에 이어 2019~2020년 광양에 연간 3만톤의 공장을 설립했다. 2022년 4단계 증설까지 완료되면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10만톤으로 늘어난다. 양극재 1톤에 전기차 11대가 생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110만대에 공급할 양극재를 갖추는 셈이다. 양극재의 시장 가격은 톤당 2만~3만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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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법인 설립 검토… 전구체 내재화율 60% 목표━
현재 양극재 시장은 벨기에 유미코어, 일본 스미토모·니치아 등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각사의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포스코케미칼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오는 2023년 점유율 2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고객사지만 SK이노베이션 등 고객 다원화 기회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정대헌 부장은 해외 투자에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는 2025년까지 해외에 연간 11만톤의 양극재 양산능력을 확보할 목표다. 현재 포스코가 중국에 5000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정대헌 부장은 "전기차 성장 속도가 매년 빨라져 2025년까지 양극재 27만톤, 음극재 16만톤 정도로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유럽과 미국에 양극재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각 지역별 특성과 경제성, 인력 환경 등을 검토하는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고 올해 안으로 해외투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프라, 투자 등 시장 톱으로 갈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들이 갖춰져 있다"며 "차세대 배터리를 위해서는 실리콘계 음극재, 리튬메탈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구체 내재화율도 늘린다. 현재 내재화율은 20% 수준이다. 정대헌 부장은 "(원료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호주 니켈 광산을 들여다보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전구체 내재화율을 올리려 한다"며 "2025년까지 내재화율을 최대 60%까지 확대하고 향후 그룹의 원료 확보와도 연계해 원가경쟁력 제고를 추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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