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서사 보다 감성이 강한 영화다. 우리 청춘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어떤 기억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으로 영화의 매력을 쌓아간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기다림'은 시간에 비례하는 물리적인 행위를 의미하기보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느껴봤을 설렘이라는 감정과 가깝다. "관객들도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한다"는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이다.
28일 개봉하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삼수생인 영호(강하늘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런 그에게 수진(강소라 분)이 대뜸 다가온다. 당차고 솔직하고 거침 없는 매력의 수진은 어느새 영호와 가까워진다. 서로를 향한 감정을 명확히 규정지을 수 없지만 청춘의 시간에서 영호는 수진에게, 수진은 영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다. 고(故)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2003년 4월1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바다를 보러 갯벌에도 가기도 하고 그렇게 둘의 시간도 쌓인다.
영호는 문득 초등학교 시절 기억과 함께 소연을 떠올린다. 그는 연락처를 수소문해 소연에게 편지를 쓴다. 아픈 소연(이설 분)은 동생 소희(천우희 분)의 간호를 받으며 살아간다. 소희는 소연에게 온 영호의 편지를 읽어주고,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쓴다. 소연의 기억에는 영호가 없지만, 소희가 계속 답장을 보내며 영호와의 연결고리가 계속 이어진다. 서로에게 질문하지 않고, 만나자 제안하거나 찾아오지 말자는 약속을 했지만 어느새 비오는 12월31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로맨스 영화로서 장르적 강점이나 서사의 재미가 특별하다기 보다, 영화에 그 시절의 추억을 녹여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초등학교 시절 한 번 쯤 친구에게 눈길을 줬던 기억부터 막연하게 그 친구가 궁금해지는 호기심,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그 시간 자체로 설레는 감정들이 영화를 채웠다. 낯설지 않은 익숙한 감성들이라는 점에서 식상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에 편안하고 잔잔하게 스며들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12월31일을 막연히 기다리는 영호의 순수한 모습은 사랑의 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현실성을 따지기 보다 그런 기다림을 한 번 쯤 느껴봤을 관객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캐릭터다. 영호를 연기한 강하늘은 꼭 그 인물 자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여준다. 영호의 디테일한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던 덕이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동주' '청년경찰' 등 다양한 청춘의 모습을 그려온 그이지만 한결 힘을 뺀, 더 편안해진 연기로 관객들이 그 시절에 대입하도록 이끈다.
강하늘과 호연을 보여준 천우희와 강소라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천우희는 '한공주' '곡성' '카트' 속 모습이 강렬했었지만,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선 보편적인 청춘의 감성과 로맨스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강소라 또한 새로운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미생'의 똑부러지는 신입사원 안영이와 같은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했던 배우였지만, 삼수생 영호를 흔드는 당돌한 매력의 수진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남겼다.
영화는 굉장히 열려있다. 엔딩 이후의 이야기도 그 기다림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관객들의 상상에 달려있다. 관객이 상상력으로 채워야 할 여백이 많고 서사와 감정의 불분명한 지점들에서 호불호가 갈릴 여지도 존재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만들어낸 따뜻한 정서로도 충분히 상쇄될 여지가 있는 만큼, 강하늘 천우희 강소라의 캐스팅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 됐다. 비대면신으로도 설레는 케미를 보여준 강하늘 천우희의 진가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