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원만한 협의와 조정이 아닌 법정해결 방식 또한 첨예한 대립을 증폭할 뿐이고 설령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갈등을 해소하기 보다는 또 하나의 불씨가 될 뿐이라는 점에서 사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식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 하나 특이점은 통상 지역개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지역의 시민사회 진영은 지역주민들과 연대하여 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곤 했는데 이번 해상풍력단지 조성 사업에는 오히려 지역의 환경운동진영 일부가 풍력단지 조성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단지는 연간 약 10만MWh의 친환경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는 40M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다. 해운대 청사포에서 1.5km 나아간 해상에 풍력발전 터빈 9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발전 터빈은 해수면 기준 100m 높이로 들어서며, 연간 40MY를 생산한다. 부산시의 2020년도 연간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이 2,837kWh인 점을 감안하면, 약 35,000 세대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해운대구 좌동 전체 가구수가 약 35,000 개 정도로 파악되는데, 좌동 전체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의 전기인 셈이다.
또 MWh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460kg이라고 계산했을 때, 청사포 발전단지의 연간 온실가스 감소기여는 48,355tCO2e다. 30년생 소나무의 경우 1헥타르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10.77t인데, 청사포 발전단지는 30년생 소나무를 4,490헥타르에 채운 것과 같아, 여의도 15개에 30년생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해상풍력 터빈 설치공사는 해당부지 시추 작업 이후 구청으로부터 공유수면 허가를 받아 8월에 착공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은 국가적 차원의 그린 뉴딜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조성시 소음피해, 경관 저해, 해양생태계 파괴, 어업권 침해 등이 우려되기에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개발은 안된다는 것이다. 해운대구 역시 주민 동의없는 사업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으로 사업예정지는 어업 보호구역이어서 변경절차가 필요하고, 관련법에 따른 사업절차를 따져 봐야 하며, 사업규모가 큰 만큼 해운대구민의 의견수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반발의 핵심은 사업 추진에 따른 지역주민의 건강권 위협이다. 즉, 저주파 소음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 고압 송전선로에 의한 전자파 등이 인체에 미칠 피해가 심각하다며 해당 사업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사례를 통해 하나같이 청사포와 해상풍력 단지와의 거리 및 해상풍력 소음, 저주파에 대해서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가마야하마 해수욕장에 약 30개 가량의 대형 풍력발전이 늘어서 있고, 영국 시턴 카루에는 청사포와 비슷하게 1500m 떨어진 곳에 해상풍력발전이 설치됐다고 한다. 소음 또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작아지기 때문에 1500m의 거리에서는 거의 저주파 소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해운대지구는 지중 송배전으로 1m 이상의 땅 속에 케이블이 매설되고, 케이블은 절연선과 실드선 처리가 되기 때문에 전자파 측정을 하면 거의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측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해상풍력단지가 지역주민들의 건강이나 생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이다. 다만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나 어업권 침해 등의 문제는 보다 면밀히 검토하여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은 탄소제로시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린 에너지 전략이다. 부산시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목적으로 그린 뉴딜 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도 '바닷바람은 탄소없는 21세기의 석유자원과 같다'며 '드넓은 바다 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는 국토의 한계를 뛰어넘고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이처럼 풍력 자체는 우리가 반드시 개발해야할 대체에너지임에 틀림없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시대에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판 그린뉴딜’을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금융지원 및 설비지원 등 집중 지원을 하자, 수익성을 좇아 너도나도 태양광 사업, 풍력단지 조성 등 대안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면서 무분별한 산림 벌목과 자연 훼손 등으로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숲을 파괴하고 농지가 사라지며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얻는 재생에너지를 과연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때 화석연료를 대체할 식물성 바이오 에너지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기 때문에 석유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았다. 문제는 바로 상업성 즉 이윤동기가 작동했을 때였다. 바이오 에너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식물성 바이오 연료 개발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팜 플렌테이션을 통해 진행되었다. 농경지를 갈아엎고 나무와 숲을 불태워 대규모 야자수 농장이 조성되었으며 그리하여 밀림과 원시림이 사라지며 숲속 동물들은 물론 지역 원주민들까지 고통 받고, 화전(火田) 등으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또한 그로 인해 식량작물의 재배면적이 축소되고, 결국 국제 곡가가 상승해 최빈국들의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부작용까지 발생했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여 무조건 환영하고 권장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이다.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친환경 대안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하되 그 방향과 과정이 정당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대체에너지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원료가 무엇이냐’만이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한 것인가’에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공생을 통한 개발 계획, 지역순환을 중심으로 한 설계, 지역주민의 삶과 자연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 매커니즘이 개발되어야 한다.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문제도 결국은 풍력발전단지 개발을 둘러싼 이해와 소통의 부재에서 야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인체에 무해하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으며 해외 선진국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친환경 그린에너지 개발이 왜 유독 청사포나 우리나라에만 문제가 되고 있을까. 문제를 단순히 님비처럼 지역사회이기주의로만 치부할 문제일까. 정부와 개발업체, 그리고 지역사회 간의 긴밀한 소통과 상호 협력 속에서 개발이 계획되고 추진되었더라면 최소한의 불필요한 오해나 불신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에너지 거버넌스 수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회사나 발전소가 주민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여론을 가늠해 시설을 수립하거나 운영방식을 조정했다. 발전소의 운영에서 지역주민은 ‘외부자’로 분리된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재생에너지원이 설치되는 지역 주민을 기반으로 사업단위를 구성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주민이 시설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주인’으로서 발전소의 운영에 참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민이 얻는 경제적 이익도 불편을 감수한 데 따른 보상이 아니라 ‘대주주’로서 운영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다.
따라서 새로운 에너지 거버넌스 하에서는 에너지원에 대한 결정권 일부를 지역주민, 시민사회가 보유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에너지 시장 참여는 에너지 소비자로서 시민의 역할, 에너지 정책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소유하고 운영하면서 소비자로서 뿐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다. 유럽과 같은 에너지 선진국 대부분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풍력 단지 조성 등에 공동체 주민들의 지분 참여를 의무화함으로써 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프로젝트 이행을 하기 어렵게 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는 일부 선진국만의 정책이 아니다. 이미 파리협정 전문에 시민사회가 소외되지 않는 에너지 구조로의 이행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명기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역시 ‘정의로운 전환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각국의 정부에 권고했으며,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도 유사한 개념을 담고 있다. G20과 OECD 역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를 수용해 공동 의제에 반영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국제적 합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무엇이 정의로운 전환인지는 각 지역이 처한 환경마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방식의 시민 참여 프로젝트가 수립되어야 하고, 시민 협동조합과 지자체와의 파트너십, 혹은 기업, 지자체, 협동조합 삼자간 파트너십을 통해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고 시민 참여를 촉진시켜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자원 역량과 기술 역량, 지자체 재원과 시민 사회 재원 역량, 생태적·환경적 제약을 고려해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행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 참여에 의한 전환’은 ‘에너지 시민’을 양성함으로써 정책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정책 책임을 공유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소비자인 시민이 통제하도록 함으로써 대형 발전 기업이 재생에너지로부터 나온 이윤을 독점하여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또한 방지할 수 있다. 국내 전환 정책 역시 이를 포괄한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조성 갈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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