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타이레놀 상품명 처방’은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전환 챌린지로 이어졌다. 이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으로 의약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사진=머니S

정부발 ‘타이레놀 상품명 처방’은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전환 챌린지로 이어졌다. 이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으로 의약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약업계는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정)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동일성분 조제 및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 사후통보’를 넘어 내심 ‘성분명 처방 명분 쌓기’를 엿보는 모양새다.

반면 의료계는 타이레놀 사태와 동일성분 조제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된 동일성분 의약품이더라도 환자별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받아쳤다.

‘무엇이 국민에게 이익인지’라는 고민은 빠진 채 지난 20여년 동안 의약품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료계와 약업계의 팽팽한 입장 차이가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약사들 “위탁생산 의약품 1개 품목, 상품명은 10개”

대한의사협회는 5월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복용 가능한 해열진통제 안내’ 공문을 회원에게 발송했다.

의사협회는 공문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타이레놀과) 동일한 효능과 효과를 가진 제품이므로 약사 복약지도에 따라 알맞은 용법과 용량으로 선택·복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래픽=머니S 김민준 기자


의료계의 움직임에 약업계가 반응했다. 그동안 의료계가 주장해왔던 ‘동일성분 의약품이어도 환자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금이 갔다는 게 약업계 평가다. ‘타이레놀’은 상품명 처방인 반면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70여개 품목’은 성분명 처방으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의사가 A약을 처방했을 때 해당 약 미구비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성분 함량·안전성·효능·품질·복용 방법까지 모든 것이 똑같은 B약으로 대체조체한다”라고 대체조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대체’라는 단어 때문에 B약의 효능이 떨어지는 게 아닌지 환자들이 오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며 “그래서 동일성분 조제로 용어를 변경해 환자 이해를 도우려 한다”고 약사법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의사협회가 발송한 공문과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한다.

신성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불편 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라고 안내함으로써 큰 파장을 낳았다”며 “국내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동일한 의약품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특정 제약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제약회사가 위탁생산한 1개 제품을 제약사 수십여개가 상품명만 달리해 시중에 유통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상품명 의존 문화는 어찌 보면 허상에 불과하다”는 말로 동일성분 조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계 “동일성분 의약품도 제조방법 등에 따라 다르다”
의료계는 동일성분 조제와 DUR 사후통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는 DUR 사후통보를 담은 약사법이 개정되면 “약사 중심의 임의 조제가 만연하고 환자 맞춤형 처방 체계가 흔들릴 소지가 높다”고 봤다./사진=뉴스1 DB

의료계는 동일성분 조제와 DUR 사후통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는 DUR 사후통보를 담은 약사법이 개정되면 “약사 중심의 임의 조제가 만연하고 환자 맞춤형 처방 체계가 흔들릴 소지가 높다”고 봤다.

의료계 주장은 ‘동일성분 의약품이라도 제약사마다 제조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해 허가된 제품이라도 ‘70~90% 정도로 동등성에서 큰 편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동일성분 의약품 모두가 동일하다 볼 수 없다. 동일성분이지만 제조법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서방정(약효가 서서히 발현하도록 처리한 알약)과 일반정제는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따라서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에게 대체조제와 DUR 사후통보가 이뤄진다면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 홍보이사는 “만성질환자는 관리가 필요하다. 동일 성분이라고 해서 대체조제를 했는데 혈당·혈압 등이 (안전한 데이터 안에서) 조절되지 않았다면 의사 진료에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DUR 사후통보가 이뤄진다면 충분한 (왜 해당 의약품이 처방됐는지 등) 의사전달이 안 될 수 있다”며 “의약품 조제 권한을 모두 (약사에게) 넘기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