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일본의 대(對)한 수출 규제가 2년을 넘긴 가운데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관계에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수차례 밝혔지만 양국의 신뢰가 바닥난 상황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앞서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보복조치였다.
그러자 우리 정부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밝히며 맞대응을 했다. 한일관계는 거의 파국까지 치달았지만 지소미아 종료유예로 일단락됐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한미일 공조에 발을 맞추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끌어들인단 이유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양국 정부 간 공식적 합의"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등 일본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3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형태로도 (일본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공개적으로 대화 의지를 밝혀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바람대로 한미일 공조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한일 양자 회담이나 회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측이 한국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가져오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달 5일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한일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바람에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으로 이어지는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의 희망은 사라졌다.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일본 올림픽 홈페이지에서의 독도 자국 영토 표시 등으로 양국 관계는 수렁에 빠지게 됐다. 대화에 나서겠다는 우리 정부도 일본의 묵묵부답에 더 이상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김수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발표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수출 규제에 대한 청와대 정부의 의견은 '외교적 해결'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초안을 본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은 침묵이었다. 참모들은 문 대통령의 침묵이 '대단한 분노'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상기했다.
양측간 신뢰가 없고 더군다나 한일 양측 국내정치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은 국내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단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는 "당분간은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내 상황이 모두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기반을 봤을 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본과 타협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일본도 마찬가지로 자민당 총재선거가 9월에 예정해 있고 10월에 총선 그리고 도쿄 올림픽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일관계가 악화된지 벌써 10년이 다 돼 신뢰자산이 바닥난 상태"라며 "신뢰 복구의 노력이 없는 한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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