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모습.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쌍용자동차의 회생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올 초 매각 협상 테이블을 떠나면서 잠재적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의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로 시선이 쏠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서다.
회생 날갯짓하는 쌍용차
현재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대상자를 확보한 이후 기업 회생을 추진하는 것으로 최근 이스타항공의 인수자 선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매각 주간사회사가 인수 희망자를 모집하면 법원이 회생 대상 기업과의 적합성을 판단해 선정하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호남권 건설사 성정으로 인수가 확정됐다. 앞으로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대금 지급과 함께 구체적인 회생안을 제출해야 한다.

비슷한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회생 계획안 제출 시한을 2개월 연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4월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7월1일까지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대상자를 확정하지 못한 쌍용차가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 연기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9월1일로 미뤄졌다.
지난달 28일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 M&A 공고를 냈다. 이달 30일 오후 3시까지 인수의향서와 비밀유지 확약서를 접수받고 오는 8월2일부터 같은달 27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한다. 이후 인수제안서를 받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본 실사와 투자계약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9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10월 정밀실사와 함께 구체적인 가격 협상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 일부에서 제기했던 ‘청산’은 사실상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회사는 꾸준히 인수 의향만 밝혀온 HAAH를 비롯해 ▲에디슨모터스(전기버스 제조업체) ▲케이팝모터스(전기차업체) ▲박석전앤컴퍼니(사모펀드) 등이 참여 의향을 드러냈다.

대주주 마힌드라와 기웃거리는 HAAH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 매각 협상 테이블에서 떠난 마힌드라를 향한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픽=김민준 기자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 매각 협상 테이블에서 떠난 마힌드라를 향한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2010년 쌍용차와 상하이차의 악몽이 되살아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시 상하이차는 필요한 기술만 갈취한 뒤 쌍용차를 내팽개치며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한 뒤 두 번의 유상증자로 1300억원을 추가 투자했고 지분은 75%까지 늘었다.

회생자금을 마련한 쌍용차는 2015년 소형SUV ‘티볼리’를 출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시 이 차를 개발하며 구축한 플랫폼은 2018년 마힌드라가 인도시장에 출시한 ‘XUV300’에도 적용돼 마힌드라도 티볼리 덕을 봤다.
마힌드라가 손을 뗀 후 쌍용차 인수에 지속 관심을 보여온 HAAH는 2억5000만달러(약 2843억원) 규모의 쌍용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을 계획했고 산업은행에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공익채권 3700억원보다 적은 투자금액을 제시한 상태여서 인수 의지에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며 “그럼에도 쌍용차는 HAAH라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쌍용차 회생 가능할까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생산공장.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쌍용차 청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쌍용차 외에도 협력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쌍용차를 어떻게든 굴러가게 해서 차가 팔리면 회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희생을 감수하겠지만 파산해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것보단 나은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EY한영회계법인의 중간보고서 내용 일부에서 청산가치가 크게 나온 점이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쌍용차는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M&A 성사 여부나 청산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M&A 전문가는 “기업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다양한 자산을 평가한다”면서도 “무형자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시장의 변수까지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워 서류상으로는 청산가치가 큰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 영업 활동이 가능한 경우 회생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 체질개선이 필수라고 본다. 인수대상자가 회생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뒤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에 쌍용차는 자구안을 마련해 노조 측에 제시했고 노조 측은 해당 내용에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무급 휴업 2년(1년 후 1년 추가) ▲현재 시행 중인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효율적인 인력 운영 및 생산 대응 ▲무쟁의 확약 ▲유휴자산 4곳 추가 매각 등이다. 2009년 2000여명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불거진 ‘쌍용차 사태’ 재발 방지를 염두에 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1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 없이 제시된 자구계획만으로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할 일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영 주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영능력을 갖춘 투자자와 지속가능한 사업 계획 없이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신차 출시와 함께 조기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오는 8월 유럽에 먼저 출시한 뒤 연말쯤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형SUV ‘J100’을 출시하며 본격 회생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 계획을 토대로 잠재 인수자와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자구안 이행과 정상적인 생산-판매활동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히스토리
1954년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 설립
1977년 동아자동차로 상호 변경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
1988년 쌍용자동차로 상호 변경
1993년 벤츠와 5% 자본 합작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
1999년 기업 개선 작업 시작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
2010년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
2015년 소형SUV 티볼리 출시
2018년 대형SUV G4렉스턴 출시
2020년 15분기 연속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2021년 4월 기업 회생 절차 개시 결정
2021년 6월 쌍용차 2년 무급휴직 등 자구안 통과
2021년 7월 인수희망자 모집
2021년 9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회생 계획안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