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뻔히 들통이 날 텐데 뻔뻔한 거짓말로 팬들을 우롱했고, 프로야구를 향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선수들은 부적절한 행동을 벌인 것도 모자라 우매한 생각으로 마지막 믿음의 끈마저 끊어버렸다. 개인의 일탈을 넘어 이젠 KBO리그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프로야구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 9일 NC 선수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전반기 잔여 일정 순연으로 리그가 중단된 것도 모자라 까면 깔수록 상황은 악화일로다. NC 선수 4명은 서울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 여성 2명과 술판을 벌여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드러난 데다 역학 조사에서 이를 알리지도 않아 혼선을 끼치게 했다.
알고 보니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례는 더 있었다. 한화 2명, 키움 2명 등 총 4명도 외부인 3명과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NC 사태가 터진 뒤에야 자진 신고를 하면서 서로 만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거짓말은 곧바로 탄로가 났다. 역학 조사 결과 '8분' 동안 동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
이들 4명은 은퇴한 선배 1명, 선배의 지인 2명과 숙소 방에서 만났다고 밝혔는데 한화와 키움에는 각각 백신을 접종한 선수가 1명씩 있었다. 이 2명을 제외해도 5명이 한 공간에 있었던 만큼 아예 서로 만나지 않은 것으로 입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얄팍한 수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진실을 가릴 수 없었다.
한화와 키움 구단은 선수들의 말만 믿고 방역 수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 '과보호'로 인한 섣부른 판단으로 혼란만 일으켰다.
한화와 키움 선수들도 NC 선수들처럼 경찰 조사를 받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를 받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뻔한 데 이미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한 72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라는 '솜방망이' 선례가 있어 공분만 더 사게 만든다.
심각한 문제가 많은데 우선 조직적인 일탈 행위 여부다. 프로야구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여성 2명은 지난달 말부터 해당 숙소에 투숙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을 단순한 지인으로 보기에 석연치가 않다.
술을 마시다 코로나19에 확진된 박석민은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드리는데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부적절한 유흥에 대한 의혹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숙소는 오래 전부터 잠실 경기를 치르러 온 프로야구단이 머물던 곳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유흥업소이 밀집해 있다.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해당 호텔로 '원정'을 와 비밀리에 유흥주점을 연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던 만큼 또 다른 일탈 행위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C, 한화, 키움 외 다른 구단들도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
꿈과 희망을 주겠다던 프로야구는 상처만 주더니 지리멸렬 상태에 빠졌다. 실망하고 분노한 야구팬은 등을 돌렸고, 아예 KBO리그를 없애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프로야구단은 공인으로서 부도덕한 행동을 일삼는 등 썩은 집단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야구계는 수없이 위기론을 강조했는데 진짜 위기의 원인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신뢰를 잃고 팬을 잃은 프로야구의 존재 가치는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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