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후보들이 해묵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꺼내들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말 국회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이슈에 다시 불을 댕기고 있어서다.
문제는 대선정국이 점차 무르익을수록 전속고발권 폐지 외에도 각종 민감한 경제정책 공약이 나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표심을 잡기 위해 기업의 경영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쏟아지지 않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묵은 ‘전속고발권 폐지’ 다시 쟁점으로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및 표시광고법 등의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현재는 법위반사업자의 처벌을 위한 형사재판절차 개시 여부가 공정위의 고발의결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을 어긴 사업자에 대한 공정위의 법 집행이 약하다는 지적과 가격·입찰담합 등 중대범죄인 경성담합(가격·입찰담합)마저도 리니언시 제도(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등을 이용해 처벌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앞서 2017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재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해 전속고발권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며 일단락 지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하며 이슈에 다시 불을 댕겼다. 이 지사는 지난 7월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정책발표 기자회견에서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야당 유력 대권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과거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은 총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중대범죄인 경성담합 억제 등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의 고발이 없이도 검찰 자체 판단만으로 고발이 가능해진다. 공정위 조사와는 별도로 검찰의 개별 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의 과도한 수사와 공정위와 검찰의 동시 중복조사로 기업의 부담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고발 남용에 따른 경영차질과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전문성 부족 역시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규제정책 나올까… 대선정국에 쏠린 눈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공정거래와 관련한 사건은 전문적이고 경제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어서 전속고발권을 도입한 것”이라며 “도입 취지에 맞게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흔히 공정거래 사건은 대기업의 갑질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이 80% 이상”이라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중복 조사와 수사가 늘어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남훈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최근 ‘경제 정책의 선진화 방안’ 보고서에서 “전속고발권 제도에 대한 논쟁은 우리법 특유의 과도한 형벌규정과 공정위의 법집행에 대한 신뢰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효율적 법집행을 위해서는 전속고발권 제도의 폐지보다는 공정위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검찰과의 협력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제도를 유지하되 주요 처분에 대한 사후 평가제도를 강화하고 경성담합 등 형벌 가능성이 높은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상근 파견된 검사가 초기부터 수사 및 기소여부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표심을 염두에 둔 추가적인 경제정책이나 포퓰리즘성 공약이 쏟아질 우려도 있다. 이익공유제를 비롯한 기업 경영활동에 부담감을 높일 수 있는 공약이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정주 팀장은 “현 정부에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3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성 법안이 상당수 통과되며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등이 일정부분 정리가 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추가적으로 규제성 정책을 더할 경우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선 기업들이 활발히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투자매력도가 높은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규제성 정책보다는 기업의 활력을 높일 수있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