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림축수산 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1.7.26/뉴스1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오는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추진해온 '청렴 선물권고안'이 농축수산 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결국 무산됐다.
이는 명절 때 선물 상한가액을 한시적으로 높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문제와도 연결이 돼 있는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다시 관심이 모아지는 선물가액 일시 상향 조정이 이번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권익위에 따르면, 권익위는 전날(12일) 농축수산 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뒤 올해 추석에는 청렴 선물권고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청렴 선물권고안 자체를 철회할 계획은 아니어서 향후 더욱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권익위 측 설명이다.


그동안 권익위는 직무관련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상 허용 선물가액 기준이 일반 국민과 기업들 사이에도 사실상 준용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고, 민간부문의 청렴성 제고 차원에서 청념 선물권고안 마련을 추진해 왔다.

사실상의 민간 부문 선물 가이드라인으로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반영, 업계에서 요구하는 농수산물 선물가액(현재 10만원) 상향 조정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없이도 농수산물 소비 진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같은 취지에도 농축수산 단체 등은 청렴 선물권고안을 민간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이거나, 농수산물 소비위축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들 단체는 지난 두 차례 명절 때와 마찬가지로 선물가액을 상향조정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권익위는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적 피해를 본 농가와 소상공인들을 위해 지난해 추석과 올 설 명절 등 두 차례 한시적으로 농축수산 선물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지난 1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설맞이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2021.1.15/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이번에도 농축수산 업계는 권익위에 "청탁금지법상 선물가액 기준은 공직자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민간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절에는 한시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문제는 이르면 오는 23일 정례적으로 열리는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원위원회 내부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권익위 전원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대통령·대법원·국회 등에서 추천한 비상임위원 등 15명으로 구성돼 어느 일방이 결론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비상임위원들 사이에서는 청탁금지법의 반복적인 시행령 개정으로 국민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설 당시에도 이들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통과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가 세 번째 시행령 개정에는 부담이 있어 '궁여지책'으로 청년 선물권고안을 추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령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안으로 청년 선물권고안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여전히 농축수산 업계에서 주장하니 (시행령 개정의)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전원위 논의에서 부결돼 버리면 어쩔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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